■울산매일UTV개국 1주년 특집  ‘혁신형공공병원’ 시민의 힘으로
<3․끝>시민사회 역량 한 곳에 모아야

 
진주의료원 폐업 원인 중 하나는 병원-의사 갈등에 전문의 부재
과도한 업무․낮은 급여․열악한 근무환경에 의료진 이직 지속적
울산 최소 500병상 공공병원 설립땐 의료인력 1,200여명 필요
지역의료 역량 강화․유치활동 동참 등 지역사회 힘 모아야

 
울산 공공병원 추진과정에서 부지 선정, 의료인력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여론이 모아져야 한다. 사진은 진주의료원(왼쪽)과 접근성 문제로 지역사회가 논란을 빚었던 산재모병원 설립 예정지였던 울주군 UNIST(오른쪽).
    
중증장애를 가진 민혁이의 사연(본지 9월 10일자 1․3면)과 부산, 일산 공공병원(본지 10월 1일자 1․3면 보도) 취재 보도를 통해 울산은 시민들의 생명과 밀접한 필수 중증의료 분야의 서비스가 열악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건강 지표를 살펴보면 울산은 7대 광역시 중 사망률 1위, 기대수명 꼴찌, 응급의학전문의 수 꼴찌, 중환자실 및 격리병실 수에서도 꼴찌를 차지했다.

울산의 의료가 이런 심각한 상황임에도 현실은 민간병원에게만 맡겨지고 있다.
민간은 설립 목적부터 수익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울산 지역사회의 건강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설립이 시급하다. 하지만 넘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부지 선정 신중 기해야

우선 부지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으로 구체화된 산재모병원의 경우 유니스트의 유후 부지를 입지로 택하는 바람에 지역 사회의 논란이 많았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지난 2013년 수백억을 들여 새 건물로 옮긴지 겨우 5년 된 진주의료원 폐업의 주 원인은 무엇보다 부지 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 휴·폐업 통계' 자료를 토대로 보건복지부 내부 검토 결과를 살펴보면 시 외곽 이전으로 이전하면서 접근성이 떨어져 외래 환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가 개발 구역으로 예상하고 입지를 선택했지만 개발이 늦어지면서 허허벌판에 의료원이 이전하게 된 것이다. 개발 지연에 대한 수요 미달 예측에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박현성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지부장은 “이전 부지가 6년 정도 지나고 나서야 발전된 모습을 갖췄다. 시간만 지났어도 괜찮았을 거다. 당시 수익성만 강조되는 분위기여서 의료원이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기관이 아닌 ‘돈 먹는 하마'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의료인력 육성 방안도 마련해야

진주의료원 폐업의 또 다른 요인은 의사의 지속적인 이직으로 환자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2012년 의료 수익의 35.7%가 내과에서 나왔지만, 그해 내과의사가 병원과의 갈등으로 모두 그만 두는 일이 발생했다. 그로 인한 내과전문의의 부재가 문제됐다.

의료 인력은 과도한 노동 업무와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이유로 늘 부족하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지방소재 종합병원은 50% 이상이 법정 간호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의료인력의 부족 문제는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에 최소 500병상의 공공병원이 설립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의료 인력은 1,200여 명, 그중 간호 인력은 30~40% 수준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우정혁신도시에 1,200여 병상 규모 의료복합타운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간호사들이 제대로 수급될 지 의문이다.

울산의 준 종합병원에서 4년째 간호사로 재직 중인 강지연(가명)씨는 “공공병원이라는 이유만로 이직을 결심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년차 간호사의 경우에야 국립대병원 연봉이 사립대병원을 앞지른다. 10년차까지는 차이가 크지 않고 오히려 사립대 연봉이 더 높다.

강 씨는 “평생직장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는 간호사들은 거의 없다. 지금 당장 돈을 많이 주고 조금이라도 더 편한 곳으로 이직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슷한 업무 강도로 일을 하거나 월급 차이가 크지 않다면 공공병원이 생긴다고 해도 가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간호사 면허자 수는 지난해 7월 37만6,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18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유휴간호사 중 20∼50대는 모두 1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도 공공병원 설립을 준비하면서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특히 유휴간호사들의 복귀를 유도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고심도 필요해 보인다.
 
# 공공의료 확충 지역사회 힘 모아야

보건복지부의 ‘2017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에 따른 2015년 기준 국가별 전체 의료기관 수 대비 공공의료기관 수 비중을 살펴보면 캐나다 99%, 터키 62%, 호주 52.8%, 프랑스 45%, 일본 18.3% 에 비해 우리나라는 5.8%로 최하위 수준이다.

OECD 국가의 공공의료기관 수 비중은 평균 53.5%에 비교하면 9.2배 가량 낮다.
공공의료 수준은 그 나라의 의료 수준과 같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늘 천대를 받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이 민간 주도의 보건의료를 공급받고 있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공백과 지역 간 의료격차가 크다.

따라서 필수의료 서비스를 어느 지역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공적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나 국민도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필수의료 전 국민 보장 강화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및 역량 제고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의 4대 분야 12대 과제로 구성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대도시가 아니더라도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지역 내에서 완결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의료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 하기도 했다.

울산이 진주의료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설립 이전부터 시민사회의 의견이나 전문가 집단의 정책 역량이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울산시 등 관계기관들도 유치활동과 함께 울산의 맞춤형 공공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만들고 끊임없이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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