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동시에 울산에 맑은물을 공급할 환경부의 ‘낙동강 통합물관리 연구용역’ 중간보고안이 5일 최초 공개, 20년 묵은 난제를 풀기 위한 공론화 작업에 첫발을 떼게 됐다. ▶관련기사 3면
문재인 대통령이 낙동강 유역 지자체간의 물전쟁을 끝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2018년 1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부 안이 도출된 거다.
해법은 세 가지. ‘경북 문산·매곡 취수장을 초고도정수 처리’한다는 전제 아래 낙동강 상류쪽 △구미 해평취수장이나 △안동 임하댐 △또는 대구 강변여과수 중 한 곳을 취수원으로 택일하자는 건데, 어디를 취수원으로 삼든 울산은 운문댐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날 환경부는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기로 했지만 낙동강 하류쪽 합천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반대집회에 나선 탓에 열리지 못해 가시밭길 공론화가 예고됐다.

◆ 구미·안동·대구 중 취수원 택일
환경부가 공개한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용역’자료에 따르면 울산이 맑은물을 공급받으려면 대구·경북·구미가 △구미해평취수장(제1안) △안동 임하댐(제2안) △대구 강변여과수(제3안) 등 3곳 중 하나를 가용수원으로 사용하는데 동의해줘야 가능하다.
실제 제1안은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1일 30만t의 물을 대구에 공급하되, 부족한 물 28.8만t(1일)은 경북 문산·매곡 취수장의 정수처리 능력을 초고도화해 충당해주는 방안이다. 추정 사업비는 7,199억 원이다.
또 제2안은 안동 임하댐에서 1일 30만t의 물을 대구로 주고, 나머지 28.8만t은 문산·매곡 취수장 초고도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해 끌어다 쓰면 된다는 거. 사업비는 1조507억 원이 소요된다. 다만 이 경우 지난 4일 이해당사자인 안동시가 “갈수기에 댐물이 부족해지면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물공급을 담보할 수 없다”며 안동을 희생으로 삼은 임하댐 취수안은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마지막 제3안은 대구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1일 23만을 대구에 공급하고, 35.8만t은 문산·매곡 취수장에서 당겨 쓴다는 내용으로 추정예산은 5,544억 원이다. 하지만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3일 대구 물문제 해법을 언급하면서 이 3안은 아예 입에 올리지 않았다. 울산에 운문댐 물을 내어주고 정작 대구시민들은 여과수 물을 끌어쓰는 정부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행간이 읽혀진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때 현재로썬 제1안이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울산은 이 세 가지 해법 중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1일 7만t의 맑은물을 운문댐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갈등지역 주민 상생 유도할 인센티브
가장 유력해보이는 1안 역시 갈등요소는 있다. 구미 해평취수장을 공동으로 사용할 경우 상수원호보구역이 확대돼 개발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수혜지역이 물을 내어주는 지자체가 납득할만한 지역상생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국책사업 추진과 규제 완화, 지자체간 상생협력 사업을 펼치도록 대안을 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공론화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전문가와 주민대표로 구성된 자문단 회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 상정해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되는 쟁점이나 협의 내용을 대책에 반영한다.
이날 울산·부산·대구·경북·경남 등 5개 영남권 시도지사는 “환경부가 도출하는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존중한다”며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낙동강유역 상생발전 협약에 서명했다.
한편 이날 환경부가 열기로 한 중간용역 결과 보고회는 합천지역 주민들 300여명으로 구성된 합천동부지역 취수장반대추진위원회와 낙동강네트워크 영남환경운동연합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1300만 영남권 국민들의 낙동강 관련 가장 우려하고 있는 건 녹조문제”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문개방과 보 처리 방안 마련을 통해 해결할 것을 수년째 촉구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고 비판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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