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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 투병에도 아들 위해 양육비 미지급 촉구 "제가 죽으면 양육비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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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섬미 기자
  • 승인 2020.11.1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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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당신은 부모입니까, 양육비 채무자입니까③>

아빠의 학대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아들 

“나를 방치했잖아” 한부모가정의 이중고 
감치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되려 상처
엄마의 호소 “내가 죽으면 양육비 줄까요?” 


부부가 이혼을 하면 일반적으로 양육권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양육비는 부부 공동책임이다. 두 사람 모두 자녀에게 지켜야하는 기본 의무다. 하지만 이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나쁜 부모’들로 인해 아이들이 학대받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아동 상준(가명)이의 어렸을 때 사진. 울산매일 iusm@iusm.co.kr


#33개월 아들에게 가해진 학대 
장정인(가명·41)씨는 1999년, 스무살에 남편 김상렬(가명·50)씨와 결혼을 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결국 네 번의 유산을 겪으며 2003년 어렵게 아들 상준(가명)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은 툭하면 가정폭력을 일삼았고, 그 폭력이 아이에게까지 미치자 장씨는 2005년, 결혼 6년 만에 이혼했다.

아들을 데려 오려고 했지만 26살 한창 때인 딸의 미래를 걱정한 친정에서 극구 말렸고, 장씨는 친권과 양육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전남편은 이혼과 아이 양육에 대한 대가로 장씨에게 ‘양육비 대신 빚을 갚아 달라’는 조건까지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긋지긋한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폭력 후유증으로 턱이 빠지고 자궁에도 문제가 생겨 장씨는 여러 번 수술을 받아야했다.

10년 넘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장정인(가명·41)씨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울산매일 iusm@iusm.co.kr




이 와중에도 아들이 눈에 밟혀 어린이집으로 몰래 찾아가 훔쳐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그렇게 9개월 정도 지났을 때, 전남편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상준이를 더는 못 키우겠으니 입양 보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찾아오지 못하게 해외로 보낸다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는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결국 장씨는 친정에 알리지 않은 채 한달음에 아이를 데려왔고, 한부모가정지원센터에서 5년 간 숨어 지냈다.

그런데 데려온 아이의 상태가 이상했다. 당시 33개월이던 아들은 배가 비정상적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고, 손과 발은 바싹 말라 있었다. 서둘러 동네 내과에서 검사를 받았고, 일주일 후 검사 결과를 들으러 방문한 병원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의사선생님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어요. 상준이한테 100가지가 넘는 질병의 요인들이 발견됐는데, 아동학대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남편이 상준이를 방에 가둬놓고 출근 했는데 그사이 아들이 자기 대변을 먹기도 하고 그랬나 봐요. 그 말을 듣는데 진짜... 억장이 무너졌죠.” 

아들의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치유되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된 상준이는 멍하니 있다가 “아빠가 날 집어던졌어”라는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게 무슨 얘기냐”고 묻는 장씨에게 아들이 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아들은 전남편과 살 때 매일 라면과 탄산음료만 먹고 지냈고, 아빠가 화가 날 때는 침대에 집어던져지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지금 고2가 된 상준이는 중학교 2학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했다. 

#방치되는 한부모가정의 자녀들 
장씨는 전남편의 빚과 생활비, 병원비까지 감당하느라 하루에 4~5개의 일을 하며 잠깐 허리 펼 새도 없이 돈을 벌었다. 오직 아들을 위해 몸이 부셔져라 일했지만, 상준이는 엄마의 부재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일할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은 아들과 함께 했는데 얼마 전 상준이가 그러더라고요. ‘엄마가 나를 방치했잖아’. 외로웠대요. 그 말을 듣는데 너무 슬펐어요. 전남편이 양육비만 제대로 줬어도 좀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냈을 텐데, 양육비를 주지 않으니 악착같이 일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 


가장 큰 걱정은 아이의 인성 문제다. 상준이는 ‘우리나라는 돈 있는 사람이 강자야. 없는 사람은 밟아도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전남편이 더 원망스럽다. 양육비 지급은 고사하고 아들을 한 번만이라도 만나달라는 장씨의 요청에 전남편은 “내가 걔를 왜 봐?”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장씨는 “양육비는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만은 아니에요. 인성 문제도 있어요. 한부모가정은 경제활동과 양육을 혼자 감당해야 하다 보니 아이를 돌 볼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요즘 ‘묻지마 살인’이나 이유 없는 폭력사건에 관한 뉴스가 많이 나오는데 혹시나 우리 아이가 저렇게 엇나가진 않을까 걱정 될 때도 많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장정인(가명·41)씨 긴 소송을 통해 2009년 친권과 양육권을 지정 받고 매달 50만원씩의 양육비를 지급 받기로 했다. 울산매일 iusm@iusm.co.kr



#양육비를 받기 위한 처절한 분쟁 
장씨는 이혼 4년 만인 2009년, 7차례가 넘는 길고 긴 재판 끝에 양육권과 친권을 지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법원은 전남편에게 과거 양육비 1,000만원과 매달 50만원의 양육비 지급을 명령했다. 

하지만 전남편은 한 번도 양육비를 준 적이 없다. 지금까지 체불된 미지급 양육비는 4,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것도 법원에서 1,000만원을 감액 해준 금액이다. 

장씨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다. 2018년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전남편의 통장을 정지한 끝에 가까스로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나머지 금액은 분할해서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통장 정지를 풀어주었지만 또 다시 미지급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감치 판결도 받았다. 하지만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감치 이행은커녕 되레 마음의 상처만 늘었다. 

“경찰관분이 주소지로 찾아갔는데 안 살더래요. 그래서 그냥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두 번은 안 간다고 해요. ‘실적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봉사하는 건데, 우리도 바쁘다’는 경찰관 말을 하셨는데 그때 정말 속상했어요.” 

장씨가 양육비를 받기 위해 처절히 싸우는 와중에 ‘돈이 없어 양육비를 못 준다’던 전남편은 펜션 등으로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삶을 즐겼다. 재혼을 해 딸도 낳았다. 돌 사진조차 없는 상준이와는 달리 재혼해서 얻은 딸은 돌사진을 찍어 SNS에 자랑을 했고 ‘너 없으면 못산다’는 등 ‘딸바보’ 아빠의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상준이는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없어도 되는 존재.. 왜그러냐면 저한테 오고 나서 아빠가 한 번도 연락을 한 적도 없고 얼굴을 보러 온 적도 없거든요” 

현재 상준이는 아빠의 성이 싫어 엄마 성으로 변경했고 이름까지 개명한 상태다. 

지난 2018년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했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장정인(가명·41)씨. 울산매일 iusm@iusm.co.kr



#뇌종양·뇌출혈 등 각종 뇌질환에도 아들 위해 버텨 
얼마 전 ‘투준맘’ 닉네임으로 활동하던 김지혜 씨의 사연이 화제였다. 김씨는 말기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임에도 두 아들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하지만 지난 5월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장씨는 투준맘의 일이 남 일 같지 않다.
 
“아들 4살 때 뇌종양 판정을 받았어요. 다행히 악성이 아니라 커지지만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해서 정말 열심히 치료 받았어요. 지금도 약 먹고 있고요. 2018년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적도 있어요. 뇌에 석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올해 3월 재검에서는 뇌하수체호르몬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도 받았어요. 스트레스를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만약 한 번 더 쓰러지면 이제는 못 깨어날 수도 있다고 해요. 저는 제2의 투준맘이 되고 싶지 않아요..” 

뇌종양·뇌출혈 등 각종 뇌질환에 합병증까지 앓고 있는 장정인(가명·41)씨는 매일 수십알의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울산매일 iusm@iusm.co.kr



매일 먹어야하는 약만 수십알. 당뇨, 고혈합, 고지혈증 등 합병증이 겹치면서 최근에 또 수술을 받아야했다. 

양육비 미지급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한 기자에게 전남편은 “애 엄마가 자꾸 거짓말 하고 그러는데, 뇌종양이라면서 아직도 살아 있잖아요”라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장씨는 그런 전남편의 태도에 오히려 내가 잘못되길 바라는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제가 죽으면 양육비 안줘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주고 싶지 않은 거겠죠. 심리상담 선생님이 그러는데 상준이가 저를 애증관계로 생각한데요. 너무 사랑하지만 엄마가 아프니까 혼자 살아야 한다는 걱정을 하고 있대요. 그러면서 나는 왜 이런 가정에 태어났고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절망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장씨가 투병 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전남편을 상대로 끝까지 양육비 이행을 촉구하는 단 하나의 이유. 바로 혼자 남겨질 상준이의 미래를 위해서다.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장정인 씨의 풀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울산매일 UTV’ 채널(https://youtu.be/VHQjGOYzcuY)과 울산매일신문 홈페이지(www.iusm.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기획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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