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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주지 않고 버티는 부모에 허술한 국내 법망·행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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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섬미 기자
  • 승인 2020.11.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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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당신은 부모입니까, 양육비 채무자입니까⑤>

양육비 미지급 이행 촉구 혹은 처벌 국내법으론 어려워
감치 성공률, 5년 넘는 기간동안 50건 밖에 안돼
운전면허정지 외에 강제성 있는 규제가 필요
전국 상대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 분원 설치 목소리도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는 부모들에겐 방법이 없다. 허술한 국내 법망은 오히려 버티는 자들에게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 준다. 답답한 피해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찾아 아이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비양육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이유다.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 씨가 양육비 미지급이행제도 강화와 법안 제도 강화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양육비해결총연합회) 울산매일 iusm@iusm.co.kr



#평범한 부모에서 열혈 투사가 되기까지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개설된 직후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 씨를 비롯해 양육비 문제를 해결 해야 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해 중요성을 인지한 이들은 2018년 양육비해결총연합회(이하 양해연) 단체를 설립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는 “국가기관이나 법을 통해서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좌절하고 동시에 패배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늘 불행해했다. 결국 포기하려는 분들도 많았는데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생긴 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증명했다”며 “특히 명예훼손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고부터는 법적인 불안감들이 많이 해소가 돼서 양육자들이 더욱 용기 있게 제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카페 9,500여 명이 가입해있는 양해연은 서로를 다독여주며 응원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용기 내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거주지를 찾아가 양육비 이행 촉구 집회를 하고 국회, 광화문, 청와대에서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위해 1인 릴레이 시위도 했다.

이렇게까지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국내법만으로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거나 이행을 촉구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양육비해결총영합회 이영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남동 기자 skaehd58@naver,com

 

#현실에선 무용지물 ‘감치’ 제도
국내 양육비 미지급자들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제재는 ‘감치’다. 일정 기간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수감 되는 것으로 양육비 채권자들이 추심절차를 받으면서 가장 기대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2~3년이라는 긴 소송 기간을 거쳐 감치 판결을 받아낸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은 기쁨보다 제도의 허술함에 탄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대표는 “감치 집행은 민사집행법에 따르기 때문에 경찰의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다. 대부분 업무를 다 끝낸 후 ‘시간이 남을 때’ 감치 대상자를 찾아간다”면서 “만약 해당 주소지에 감치 대상자가 없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냥 돌아간다. 권한이 없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감치 집행 기간에 집행 대상이 관할 거주지를 벗어난 지역으로 이사를 갈 경우 집행 관할 경찰서 변경으로 집행이 불가능하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한 양육비 감치명령 관련 현황을 살펴보면 개원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감치명령 신청은 1,946건, 소송을 통해 인용된 건수는 1,17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에 감치에 성공한 건수는 고작 41건. △2015년 0건 △2016년 7건 △2017년 10건 △2018년 13건 △2019년 2건 △2020년 6월까지 9건이다.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용 건수에 대한 감치 성공률이 4%도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감치 유효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감치 대상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 경찰이 강제력을 행사 할 수 없기 때문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점은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주소지 확보다. 위장전입, 행방불명의 경우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재판이나 심문기일 등의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기 때문이다.

양육자들은 주소지를 찾기 위해 직접 잠복을 하거나 추적하는데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씩이나마 재판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점에 대해 이 대표는 “공시송달로도 감치 재판이 이뤄지거나 IT 시스템을 도입하자. ‘서류 못 받아서 재판 출석 못한다’고 핑계 대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재판 관련 서류가 문자로도 통지가 간다면 위장전입을 했다 하더라도 어렵게 찾지 않고 송달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남동 기자 skaehd58@naver,com

 

#양육비 미지급자 운전면허정지 실효성 의문
정당한 사유 없이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는 ‘양육비이행강화법’이 5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가사소송법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한해 △자동차를 생계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제외라는 제한적 요건이 붙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감치 판결도 2~3년의 긴 재판 끝에 받을 수 있는데 그 이후에도 미지급을 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하겠다는 것은 법 규정을 통해 양육비 이행을 강화하겠다는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안이 양육비 이행 강화 동기가 될 수 있는 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미국의 제도를 따오려거든 미국과 같이 양육비 미지급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거나, 일정 기간 이상을 단서로 해 운전면허를 정지하겠다고 법 규정을 했어야 한다”며 지금의 법 규정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거나 신상공개, 출국 금지, 국가대지급제도 등 더욱 강제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한계
지난 2015년 출범한 양육비이행관리원. 이전까지만 해도 개인간의 채권채무 관계로 치부했던 양육비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에 출범한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였다.

그만큼 이행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5년이 경과한 현재는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출범부터 2018년 9월까지 총 상담건수 10만8,188건, 접수 건수는 1만5,959건으로 상담 건수 대비 접수율은 14.8%에 그친다. 접수율이 저조한 이유는 복잡한 소송 절차를 진행할 여력이 없어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양육비 이행 확약 건수는 1만643건이고 이 중 3,399건만이 양육비가 지급되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도움을 받더라도 양육비 지급이 이행되는 경우는 10명 중 3명꼴에 불과한 것이다.

허 조사관은 “우리나라와 외국의 양육비이행관리기관의 큰 차이점은 ‘권한’의 범위다. 우리나라는 법률 소송을 지원해주는 역할에 그치지만, 외국은 대신 지급이나 받아서 전달해주는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양육비 채권자들이 아동빈곤을 우려하지 않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양육비 채권자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해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데 거기에 직접 소송을 하게 만드는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현재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직원은 총 57명. 이들이 전국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지원하다 보니 제대로 접수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분원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대표는 “57명의 직원으로 전국의 154만 한부모가구를 돕는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라며 “각 시·도별로 양육비 미지급 이행을 도울 수 있는 분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풀인터뷰 영상은 오는 27일 유튜브 ‘울산매일 UTV’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기획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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