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전경. 이남동 기자 skaehd58@naver,com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당신은 부모입니까, 양육비 채무자입니까⑥>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아동 빈곤, 국가가 개입해야
해외 주요국 국가가 나서서 해결, 미국 경우 최장 14년 형
강력 규제 이유, 처벌 아닌 양육비 이행 위한 수단

양육비 미지급 피해 사례를 통해 각종 제도를 진단한 결과 양육비 관련 제도 개선은 물론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양육비 문제를 개인 간의 채무로 치부하는 인식이 있다. 이에 국가가 직접 개입해 양육비 지급 문제를 해결하는 해외 사례를 통해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살펴본다. 

#양육비 문제, 사적 아닌 공적채무로 바라봐야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00만원 미만의 경우 7.5% △100~200만원 미만인 경우 42.6% △200만원 이상이 50.0%로 평균 월 219.6만원 수준이다. 이는 2018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전체 평균 389.0만원의 56.5%로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한부모가정의 경우 일반가구에 비해 소득이 현저히 낮아 빈곤에 처할 가능성이 더 높다. 문제는 한부모가정의 빈곤이 아동 빈곤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2018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전체 연령대에 걸쳐 한부모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양육비·교육비 부담‘을 꼽았다. 미취학(82.2%)부터 초등학생(80.9%) 중등 이상(84.5%) 자녀를 둔 모든 연령대에서 80% 이상 한부모가족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양육과 교육의 어려움을 겪는 가정 속 아동은 사회적 고립과 차별, 건강한 성장 발달을 저해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강력한 법 개정에 대한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개입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각도 있다. 개인 간의 일에 왜 국가가 나서야 하냐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동수당 지급을 예로 들며 왜 양육비 문제가 사적인 일로만 판단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허 조사관은 “현재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 제도 역시 자녀를 키우는데 국가가 최소한의 수당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즉, 국가가 아동을 키우는데 있어서 책임을 갖고 개입을 하겠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은 만 7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매월 10만원 씩 지원되는 복지정책으로 아동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아동의 건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여 아동의 기본적 권리와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2018년 국내에 도입됐다. 현재 미국과, 터키,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OECD 국가에서 시행중이기도 하다. 

이에 허 조사관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아동들의 빈곤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일침하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아이들이 건강, 교육 등 성장과 발달에 대해 빈곤에 빠지고 지장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공익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주요국 양육비 불이행 제재 조치(출처:국회입법조사처 '양육비 이행 관리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과제')

#해외선 양육비 미이행시 ‘징역형’, ‘급여징수’, ‘여권무효’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국가가 개입해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덴마크,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는 아동빈곤을 상당부분 감소시키는 등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양육비 확보 문제를 해결했을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1998년 ‘양육비 불이행 부모 처벌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50개 주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했는데 양육비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확인 될 경우 채무자는 벌금형에서 징역형까지의 처벌을 받는다. 특히 아이다호 주의 경우는 최장 14년 형을 선고할 정도로 강력하다. 

또 미국은 양육비이행관리(The Child Support Enforcement:CS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CSE는 양육비를 수집 후 전달하는 역할로 미지급자의 급여·세금환급금·실업급여 징수, 재산 선취권 행사, 신용회사에 양육비 미지급 사실 통보, 복권 당첨금 징수, 퇴직금 압류, 운전면허증 등 전문자격증 정지 및 취소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수집·징수되어 전달된 양육비 규모가 286억원 이상으로 한화 약 31조6,000억원에 달한다. 

캐나다의 경우는 양육비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그 금액이 3,000불(한화 약258만원)에 이르면 여권 및 연방정부가 발행한 모든 허가증을 정지시키며 노르웨이 역시 여권을 무효로 만듦으로써 국외로의 도피를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최장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프랑스 역시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거나 1만5,000유로(한화 약1,9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의 경우는 운전면허증을 압수하고 최장 2년까지 면허증 발급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외에 OECD 주요국들은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미지급으로 인한 아동 빈곤 등 복지 공백을 최소화 하고 있다. 

양육비 대지급 제도는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한 후에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제도다. 이는 양육비 채무자의 경제·사회적 상황과 관련 없이 아동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해주는데 중점을 둔다.
 
허 조사관은 “양육비 미지급은 ‘나중에 여유가 되면 주겠다’는 말로 설득되지 않는 특수한 채무 관계다. 왜냐하면 아이는 지금 당장 먹어야 하고, 지금 당장 공책을 사야하고, 지금도 발이 크고 있어서 신발을 당장 새로 사야하기 때문이다”며 “그만큼 즉시 지급되어야 할 굉장히 긴급한 채무인데 지급하지 않는 것을 방치하는 건 과연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아동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회 또는 정부가 해야할 역할인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양육비 국가 대지급제를 골자로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남동 기자 skaehd58@naver,com

#21대 국회서 ‘양육비 국가 대지급제’ 움직임 
21대 국회에서는 해외 사례들을 바탕으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이 발의됐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지난 7월, 선거 당시 1호 공약이었던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양육비 국가 대지급으로 전면 확대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아동들 문제인데 개인인 편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며 “아동들이 사회인이 될 때까지 교육부터 양육 등을 국가가 챙겨야 한다”며 대지급제를 발의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대지급제를 시행했을 때 전체 예산이 1년에 1,154억정도로 계산 됐는데 우리 정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져 양육비 미지급율이 1~20% 정도로 감소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개정법률안 발의 현황 (출처:양육비해결총연합회) 울산매일 iusm@iusm.co.kr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민의힘 전주혜, 김선교, 임이자, 윤영석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여권 정지, 신상명단 공개, 형사 처벌 등에 관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역시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아동학대에 의한 형사 처벌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먼저 이뤄줘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허 조사관은 “적극적인 양육비이행강화조치를 마련해 원활하게 양육비가 지급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위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바라보는 분명한 사회적 규범, 문화적인 공유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인식 개선이 최종 목표라는 점에서 처벌 강화는 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많은 부모들은 말한다. 법 개정을 통해 양육비 채무자들이 형사 처벌 받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어떤 이유로든 양육비를 제때 지급 받는 것이 가장 원하는 것이며 강력한 규제는 그 과정일 뿐이라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풀인터뷰 영상은 오는 27일 유튜브 ‘울산매일 UTV’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기획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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