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바다를 유영하는 귀신고래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전국체전 성화봉문양 고래와 태화강 선정
인류 최초 고래사냥터 증좌, 세계의 자랑
고래박사,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 기대

김정은이 한미연합사령부의 분석 능력을 시험하듯 동해를 향해 연일 미사일 연쇄발사에 열중이다. 동해바다는 일주일 간격으로 엄청난 위력의 폭발을 감당하고 있지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해양생태계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올해 울산 앞바다를 회유하는 고래바다 여행선에서 유난히 고래발견 소식이 뜸한 이유가 김정은 때문이라면 너무 나간 비약일까. 동해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안전이 궁금해지는 아침, 올가을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소식에 고래가 함께 했다. 이번 체전의 성화봉 디자인이 고래 문양과 태화강이 음각됐다고 한다. 울산시는 이번 성화봉 디자인을 두고 고래와 태화강, 십리대숲 대나무, 울산종합운동장 성화대 등 세 가지 디자인 후보를 가지고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고 고래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성화봉에 당당하게 새겨졌다고 밝혔다. 울산이 고래도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각인된 기사였다.

울산과 고래는 오래된 공동체다. 태화강이 생태복원의 교과서가 되고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달라지면서 울산은 동해로 나가는 한반도의 기상이 옹골차게 서린 오래된 역사성의 도시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그 오래된 역사를 복원하는 노력은 바로 울산시민들의 몫이었고 그 노력의 결과가 울산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시대적, 아니 역사적 소명이 됐다.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 유전인자는 바다다. 산과 강, 온 산하에 서린 역사와 문화의 흔적은 울산의 보물창고와 같은 것이지만 그 기운이 고스란히 내려앉아 질퍽하게 펼쳐진 동해는 이 땅에 퍼질러 앉아 대대손손 삶을 가꾼 선조들의 꿈이었다. 산자락 휘감아 등짐에 지고 태화강 백리 길을 굽이돌아 달려간 바람이 망망한 동해 앞에 숨이 멎는 순간을 대면하지 않은 사람들은 바다를 모른다. 바로 그 바다의 심장이 고래다. 그래서 울산 앞바다는 그냥 동해가 아니라 고래바다라는 특별한 이름까지 보유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바로 그 고래가 최근 수년간 울산에서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 서울랜드의 제돌이가 제주바다로 돌아간 뒤 끊임없이 제기된 동물학대 논란에 울산은 손가락질의 꼭짓점이 됐다. 왜곡된 시민단체의 편향된 시각으로 고래생태체험관과 장생포 고래 먹거리 식당들은 졸지에 동물 학대의 상징이 됐고 울산 사람들은 고래를 먹거리로 즐기는 미개한 시민이 됐다. 동해바다 불특정 지점에 '노니 장독 깨듯' 미사일을 투하하는 김정은이 보다 더한 학대의 주체가 된 셈이다.

고래와 공존한 반세기 전의 장생포는 억울하다.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포획이 금지됐고 그 폐허의 공간에서 반구대암각화 고래문양과 장생포를 연결하는 절묘한 콘텐츠를 해독해 냈다. 수족관에 가둔 고씨네 일가들이 위기를 맞았다. 당장 바다로 보내면 정처없이 떠돌다 김정은 미사일 파편에 산산히 부숴질 수 있다는 몸서리가 파르르 떨릴 순간,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라는 구호에 불편한 시선으로 몇해를 편치않은 축제의 날로 보내야 했다. 문제는 불편한 문제를 애써 끌어안고 짊어지고 가는 이유다. 바로 울산이 인류 최초의 고래사냥터였고, 그 문화가 제의와 발원, 회화와 문자의 기원으로 우뚝 서 세계인의 자랑이 되기 때문이다. 왜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해야 하고 고래생태관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모든 노력을 기울여 공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울산의 오늘은 산업수도지만 뿌리는 바다와 고래였고, 그 심장소리가 아직도 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장황하게 고래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바로 다음 달 출범을 앞둔 민선 8대 울산시장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은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고래박사다. 실제로 그는 남구청장으로 일하던 시절 ‘우리나라 고래산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래를 대표먹거리로 인식하고 구청장 재직기간 8년 동안 장생포 일대에 고래관광 콘텐츠의 밑그림을 그렸다. 바로 그 장본인이 울산 시정의 키를 쥐게 됐으니 울산의 고래문화와 고래관광은 이제 새로운 터닝포인트에 서 있는 셈이다.

몇해전 정부가 지정하는 중점 육성 문화관광 자원에 울산은 고래축제와 쇠부리축제가 선정된 적이 있다. 문체부의 평가에서 쇠부리축제는 철기문화의 뿌리인 울산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고 그 정체성 확보를 위해 철 원류지인 달천철장으로 축제의 장소를 옮기고 주민참여형 축제로 발전시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었다. 고래축제는 울산이 가진 고래문화의 독창성과 차별화된 문화·관광자원이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확보한 점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우리가 바라보는 울산의 정체성이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울산은 바로 고래와 철기문화로 대표된다는 반증이다.

바로 여기서 김두겸 당선인의 주특기인 문화관광 산업의 지향점이 나온다. 고래문화의 복원으로 증명된 김 당선인의 문화 콘텐츠 융합은 이제 달천철장으로 확장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달천철장은 울산이 철의도시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엄청난 역사적 실증을 보여주는 장소다. 고래 역시 정체성 문제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 바로 이 두 콘텐츠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는 문화관광 산업의 심장이다. 1만년 울산의 뿌리에는 고래문화와 철기문화의 유전인자가 깔려 있다. 이를 제대로 다루고 주무리고 범벅할 리더가 다음달에 업무에 들어간다니 산업수도 울산의 또 한번의 진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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