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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혼인 상태와 관계없이 자녀가 성장하는데 최적의 여건을 마련해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현행 양육비이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모의 의무다. 하지만 최적의 여건은커녕 최소한의 양육비와 교육 문제조차 외면하는 ‘나쁜 부모’들이 있다. 한부모 10명 중 7명은 양육비 지급 의무자로부터 단 한 번도 양육비를 지급받은 적이 없다는 통계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법에선 양육비를 ‘부모의 의무’라 쓰지만 현실에선 ‘자녀의 생존권’으로 더 많이 읽힌다. 부모가 의무를 저버리는 순간 자녀는 생존권을 위협 받는다. 자녀부양은 부모가 반드시 이행해야할 사회규범이라는 인식이 안착되려면 국가가 나서 공익적 영역에서 양육비 강제 수단을 개선,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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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과 이혼을 했다.
우리 사이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딛기 시작한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소중한 자식이 있다.
긴다툼 끝에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왔고
그 사람에게서는 매달 40만원씩 양육비를 받기로
했다.
빚이 늘어난다
어떻게든 살아야하기에 일을 시작했다.
경제 활동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건 슈퍼맨이
와도 어려울 거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보다는 절망이 쌓여간다.
아이는 해가 다르게 자라고 있지만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줄어드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런데 양육비가 들어오지 않는다.
혼자 버는 2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이혼하면서
떠안은 빚과 생활비 매꾸기도 빠듯하다.
자식을 위해 날짜에 맞춰 챙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재촉을 해야할 지 망설여진다.
한창 성장기의 아이는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점점 많아진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게 키우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워 그렇게 하지 못한다.
혹시 아이가 친구들과 비교 당해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양육비를 받아야겠어
소송을
하셔야 합니다
결국 아이를 위해서
그동안 밀린 양육비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방법을 찾던 중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알게 돼
상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제출해야할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은
아이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학대행위나 다름없다.
결국 아이 하나만 보고 힘겨운 법정 소송을 선택했다.
하지만...
직접지급명령신청
담보제공명령신청
일시금 지급명령신청
그사람은 소송 끝에 내려진 법원의 각종 판결을 무시한 채
여전히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소송을 하는 사이 2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아이는 계속 자라고 미지급금은 더욱 쌓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을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를 신청했다.
이번엔 양육비를 받을 수 있겠지?
감치명령신청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국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한부모가 미지급된 양육비를 받기 위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현행법을 살펴보면 양육비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이행명령, 과태료, 30일 내 감치가 있다. 하지만 이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친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양육비 채무자가 판결 내용을 이행할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들의 여건을 개선하고자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기관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원했다. 하지만 가진 권한이 제한적이라 양육비 지급 이행률이 30%에 그치고 그마저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현실과 괴리된 현실법에 경종을 울린 것은 정부도, 입법기관도 아닌 ‘배드 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명예훼손의 위험을 안고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얼굴을 포함한 신상 정보를 모두 공개했다. ‘양육비 채무자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외에도 사이트의 등장 이후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시민단체를 설립하고 미지급자를 직접 찾아가 시위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양육비 지급 문제를 사회적 영역이 아닌 개인 간 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OECD 주요 국가들의 경우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적 사안으로 바라보고 국가가 나서 각종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가 간의 인식차이가 대응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양육비 지급 이행률이 72%에 이르고 있는 미국의 경우 개인 간의 사적 채무로 여겨질 수 있는 양육비에 대해 형사 처벌 규정까지 두며 이행을 강화한 것은 국가의무와 조세지출 간 균형을 유지하며 정책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다. 또 적재적소에 사용되어야 할 공공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인식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6월 9일 법이 일부 개정되어 일정한 경우 양육비채무자에 대한 국가의 징수권을 인정하거나 운전면허 정지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내용이 진일보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사소송법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한해 △자동차를 생계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제외라는 제한적 요건이 붙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자녀 부양은 부모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사회규범이다. 그렇기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사적이 아닌 전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처벌 강화는 그 수단일 뿐이다. 법 개정을 요구하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많은 부모들은 말한다. 양육비 채무자들이 형사 처벌 받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어떤 이유로든 양육비를 제때 지급 받는 것이 가장 원하는 것이며 강력한 규제는 그 과정일 뿐이라고.
기획조혜정 기자
취재신섬미 기자
영상이남동 기자
도움구본창 배드파더스 활동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 ·허민숙 입법조사관 ·이규민 국회의원 ·법무법인 숭인 강효원 변호사
웹제작The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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