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 사설기관 의뢰 배출량 검사결과 지자체 보고
점검시기 맞춰 활성탄 투입해 배출량 낮추는 등 ‘눈 속임’
사업장별 관리감독권·방식 달라… 적발돼도 행정처분 全無

 

▲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무단 배출한 혐의로 울산 석유화학공단 설탕 제조업체 삼양사와 이 회사의 스팀 생산시설 운영업체가 16일 경찰에 적발되었다. 사진은 경찰 직원들 이 회사 스팀 생산공정 제어실에서 다이옥신 무단배출 증거를 확인하는 모습. ( 영상 캡처화면 제공 : 울산지방경찰청 )

울산 석유화학공단 식품첨가물제조업체인 삼양사가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무단으로 배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다이옥신’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물질이지만 ‘고형연료사용시설’의 경우 배출 제한을 강제하고 적극 관리감독할 법적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 ‘다이옥신’ 배출 검사

다이옥신 무단 배출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삼양사의 스팀시설은 폐합성수지를 태워 스팀을 생산하는 고형연료사용시설이다. 폐합성수지를 태우는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설비가 공정 중에 포함돼 있다. 다이옥신 배출을 줄이는 ‘활성탄’을 투입하는 단계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 공정을 거쳐 얼마나 많은 양의 다이옥신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관련법은 각 사업장이 1년에 한번 환경부가 정한 사설기관에 의뢰해 배출량을 검사하고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 각 지자체에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사업장이 다이옥신 배출량 검사 시기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평소에는 활성탄을 투입하지 않다가 점검시기에 맞춰 활성탄을 투입해 배출량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16일 남구청에 따르면 삼양사의 스팀시설에 대한 다이옥신 배출량 시험성적서는 지난 6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굴뚝 두곳에서는 각각 시간당 0.077ng, 0.04ng의 다이옥신이 배출된 것으로 측정됐다.

그러나 이 결과에 대해 활성탄이 정상적으로 투입되는 상황에서 측정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은 점검시기와 활성탄 투입 시점이 서로 일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대로…” ‘다이옥신’ 법률 제각각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은 사업장의 종류에 따라 적용 법률과 관리주체가 달라진다.

석유화학계 기초화학물질 제조시설이나 제철·제강시설, 폐기물 소각시설 중에서도 지정폐기물업체의 경우는 ‘잔류성오염물질관리법’에 따른다. 관리주체도 환경부다. 이번에 적발된 삼양사의 스팀시설과 같은 ‘고형연료사용시설’은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 관리감독도 각 지자체에서 맡는다.

이런 탓에 관리감독 방식도 다르다. 우선 다이옥신 배출량 검사 과정부터 달라진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한국환경공단과 합동점검을 실시해 직접 공기 중에 시료를 채취한다고 밝혔다. 한국환경공단이 시료를 한달여간 분석해 곧바로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결과를 통보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각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점검한 결과를 받아 서면으로 대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준치보다 많은 양의 다이옥신을 배출했을 때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6개월 이내 사용중지 또는 심각한 경우 폐쇄명령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고형연료사용시설이 배출기준을 위반했을 때 형사고발 조치만 있을 뿐 뒤따르는 행정처분은 없다. 그야말로 ‘준수사항’이기 때문이다.

▲ 울산 석유화학공단 식품첨가물제조업체인 삼양사와 스팀시설 운영업체가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을 무단 배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스팀시설 모니터링 화면. ‘다이옥신’ 배출량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활성탄’이 투입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초록색’ 불이 들어와 있다.울산지방경찰청 제공

◆힘 빠진 관리감독권 ‘있으나 마나’

똑같은 다이옥신을 배출하는데도 고형연료사용시설에 대한 행정은 상당히 관대하다. 지자체에 주어진 관리감독권도 실질적인 힘이 없다.

사업장이 1년에 한번 자율적으로 점검을 실시하면 지자체는 그 결과와 점검을 실시한 기관을 살펴보는 정도다. 심지어 사업장은 이 점검 결과를 지자체에 알려줄 의무도 없다. 지자체는 각 사업장에 점검 결과를 ‘요청’하고 있다. 검사를 하지 않았거나. 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 지자체에 할 수 있는 조치는 검찰에 형사고발하는 것뿐이다.

한번 시료를 채취하고 관련 장비를 갖춘 기관이나 사설업체에 의뢰해 다이옥신 배출량을 검사하는 데는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5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적 의무사항도 아닌 점검을 위해 예산을 들이기에는 지자체도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장이 점검 결과를 제출하면 환경부가 정한 기관에 의뢰했는지, 그 결과가 기준치 이하인지만 확인하고 있다”면서 “각 사업장이 임의대로 운영할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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