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박금산.

“물질문명에 대한 반감이 내 소설의 지향점… 오영수문학과 통해”

무척추 동물에게는 기억 능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기억을 저장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이상하게도 척추가 없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것처럼 들려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척추와 기억이 무슨 상관인가. 기억이 저장되는 기관은 해마이다. 해마에 문제가 생기면 치매나 간질, 기억상실증이 찾아온다. 

삶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어떤 날은 두개골을 열고 뇌를 꺼내어 물로 싹 씻어 말린 다음 탈탈 털어 널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기억을 털어내면 고통의 근거가 사라지고 삶은 평온해질 것이다. 

그러나 고통의 근거가 사라지면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기쁨의 근거인 기억 또한 기약 없이 사라질 것이니 인생에 무엇이 남겠는가. 과학이 아직까지는 뇌를 우리 시대의 이 정도로만 건드리는 것이 다행이다. 

올해는 내게 등단 15년이 되는 해이고 큰 아이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내 나이가 되는 해이다. 큰 아이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인데 저 나이 때에 내가 아버지를 잃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아찔할 때가 있다. 

단체로 래프팅을 갔다가 사고로 물에 빠져서 딸이 죽는 이야기, 딸의 죽음이 엄마의 뇌에 파고들어 기억 기관을 건드리는 이야기,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 쓰지만 돌아가지지 않는 아빠의 이야기, 그 아빠가 이상해져서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이야기……. 

소설적으로 가능한 서사가 되도록 쓴 소설이 <아내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내>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수많은 희생자를 수장시킨, ‘세월호’를 둘러싼 제도와 기관에 대한 분노, 척추가 있으면서도 기억 능력이 없는 무척추동물 시늉을 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인간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소설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상을 받게 되어 정말로 기쁘고 영광스럽다. 
오영수문학상이라니! 연락을 받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오 마이 갓! 내가 알고 있는 오영수 문학의 사실주의적인 색채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언제나 무언가에 대한 대척을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이 물질문명에 대한 반감으로 모인다는 점에 있다. 

<갯마을>은 에로틱하면서 생명력이 넘친다. 내 소설에 희망의 작은 씨앗이 묻혀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오영수문학상 운영위원회 여러분, 심사위원 선생님들, 문학상을 후원하는 울산광역시, S-OIL㈜과 울산매일신문사, 나의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어머니. 감사합니다. 
제 소설의 척추가 더 튼튼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