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대표 독립유공자 마을인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입암마을이 대규모 택지개발을 앞두고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 마을의 경우 윗마을에는 가산 이우락(李宇洛) 선생을, 아랫마을에는 문암(文巖) 손후익(孫厚翼) 선생과 학암(學巖) 이관술(李觀述) 선생을 배출한 곳이다. 사진은 27일 입암마을 전경. 윤일지 기자
 
일제강점기 군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입암 아랫마을에 위치한 문암(文巖) 손후익(孫厚翼) 선생의 집. 독립유공자의 집임을 알려주는 표식이나 현판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윤일지 기자
 
장성운 울주문화원 이사가 일제강점기 군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입암 아랫마을 옛집에서 문암(文巖) 손후익(孫厚翼) 선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일지 기자
장성운 울주문화원 이사가 입암 아랫마을 옛집에서 일제강점기 군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문암(文巖) 손후익(孫厚翼) 선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일지 기자
입암 윗마을에 위치한 가산 이우락 선생이 운영했던 서당. 이 곳은 현재 재실로 개조됐다. 윤일지 기자
 

울산의 대표적인 독립유공자 마을인 울주군 입암마을이 개발의 칼바람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04번째 삼일절을 맞아 전국적으로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발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울산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마을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앞둔 입암마을. 이 마을의 경우 윗마을에는 파리 장서 사건에 참여했던 가산(可山) 이우락(李宇洛) 선생을, 아랫마을에는 일제강점기 군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문암(文巖) 손후익(孫厚翼) 선생과 항일운동을 벌였던 학암(學巖) 이관술(李觀述) 선생을 배출한 곳이다.

한 마을에서 세명의 걸출한 독립운동가를 배출했지만 이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표식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이 일대가 이제는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입암리 일원이 지난달 25일 울산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선바위 공공주택지구로 공식 지정됐기 때문이다.

3.1절을 앞두고 찾은 입암마을은 개발을 예고하듯 황량하기만 했다. 사라질 위기에 있는 손후익 선생의 집안은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의 눈을 피해 군자금을 모았던 문암 손후익 선생은 우리 독립운동사에 중요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의 눈을 피해 독립 군자금을 모으는 일은 탄압이 심했기 때문에 독립운동가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운 독립운동의 하나로 회자됐다.

경주 강동의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문암은 집안 모두가 항일운동을 펼쳐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받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가산이 문암의 가족을 입암마을로 불러들였고 이후 심산 김창숙이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다 울산에서 사고를 당해 오랫동안 문암의 집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당시 김창숙은 독립군의 자금모집 총책으로 일제의 1호 지명수배자였지만 문암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고 이를 계기로 문암 손후익 선생은 군자금 모금에 앞장서게 됐다.

문암 손후익 선생 일가가 떠나간 뒤로 그의 집은 이웃에서 구입해 후손들이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다. 지붕의 초가를 걷어내고 기와만 새로 덮었을 뿐 집의 뼈대와 형태는 옛날 그대로라고 한다. 이와함께 또다른 독립운동가인 가산 이우락 선생이 서당을 운영했던 곳은 현재 재실로 개조됐다. 다른 독립운동가인 이관술 선생의 집은 이미 다른 이의 소유가 돼 넘어간 상황이다. 마을에는 이제 독립운동가를 실제로 봤거나 그들이 있었다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입암마을 이장 이상걸(61)씨는 "입암마을은 울산에서도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마을인데 개발로 사라질 처지에 있다"며 "우리 마을에 계셨던 독립운동가를 기억할 수 있는 공원이라도 조성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씨는 "입암마을의 경우 앞선 세분을 포함, 8분이나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는데 여태까지 기념비나 현판 없이 지내왔다"며 "마을이 없어지더라도 그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원 부지 등을 LH 측에서 마련해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후익 선생의 손자 손응만(79)씨는 전화인터뷰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손응만씨는 증조부와 조부가 경주서 울산으로 피난 갔다가 이후 대구형무소에 수감돼 온 가족이 대구로 이사를 가게되면서 마을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날 취재에 동행한 울주문화원 장성운 이사는 "인근 밀양이나 타시도는 독립운동을 했던 사적지를 연구하고 복원하는 상황인데 우린 오히려 없앤다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보훈지청은 울산시나 지자체에서 보훈시설 지정을 해줘야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현충시설로 지정되면 안내판, 기념비 등을 보훈처에서 관리하는데, 입암마을은 그렇지 않다"며 "공원부지 등은 LH와 울주군 등 관련기관에서 먼저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LH부산울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선바위 공공주택지구는 현재 지구계획 수립 준비단계"라며 "향후 국가·지자체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를 진행하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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