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성 울산 남구의회 의원
최신성 울산 남구의회 의원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최애(가장 사랑하는) 동물을 꼽자면 단연 고래다. 고래는 인류가 등장한 약 20만년 전보다 훨씬 앞선 5,000만년을 살아온 데다 해양 포유류 중 가장 크고, 가장 멀리 이동하는 장수 동물이다. 거대한 귀신고래부터 참고래, 혹등고래 등 수많은 종류가 있는 고래의 세계는 그야말로 경이로움과 매혹 그 자체이다. 

 평소에도 필자는 고래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올해 1월 KBS에서 방영한 ‘세상의 모든 다큐-누가 고래를 죽였나’ 편이 아직까지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해양 과학자들이 영국 한 해안가에 떠밀려온 보리고래 사체를 부검해 그 사인을 추적해가는 내용이었는데, 특히 고래 이름이 우리 울산과 연관돼 있어 흥미로웠다. 보리고래는 길이 약 12~15m에 체중이 최대 30t까지 나가는 대형고래인데, 보리를 수확할 시기에 울산 연안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울산 앞바다에서 만나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그런데 대양을 자유로이 누벼야 할 보리고래가 어쩌다 해안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을까? 고래의 사인을 명확히 밝혀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다큐에선 혼획에 의한 질식사, 굶주림 그리고 환경오염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혼획’이란 고래류가 면허·허가어업의 조업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어획된 것이란 뜻으로 어민들이 정상적인 조업을 위해 설치해둔 어망이나 어구 등에 고래류가 걸려 올라오는 것을 말한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울산해양경찰서에 신고 된 고래류 처리확인서 발급 31건 가운데 26건이 혼획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죽은 채 발견된 고래의 80% 이상이 혼획으로 폐사한 셈이다.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울산에서 고래 혼획, 좌초, 표류 등으로 인한 고래 폐사(혼획)는 △2017년 71건(69건) △2018년 72건(64건) △2019년 53건(47건) △2020년 44건(33건) △20221년 41건(38건) △지난해 31건(26건)으로 꾸준한 상황이다.

 고래 사인의 또 다른 이유는 먹이 부족에 따른 굶주림이다. 보리고래와 같은 수염고래류의 주요 먹이는 동물성 플랑크톤, 새우류, 소형어류 등이다. 하루 평균 체중의 약 4%에 해당하는 먹이를 섭취하는데, 체중 30t의 보리고래가 하루 섭취해야 하는 먹이양만 약 1.2t에 이른다. 그런데 고래의 주요 먹이 중 하나인 크릴새우의 개체 수 감소로 먹이 활동을 위해 서식지를 벗어나 연안을 이동하다가 좌초되거나 표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도 고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바닷물과 함께 삼킨 플라스틱 폐기물이나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쌓여 고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어망과 낚싯줄, 페트병 등 매년 600만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데, 이 쓰레기로 가득한 고래 소화기관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고래류는 대체로 수명이 긴 생물이다. 수명이 긴 만큼, 한번 개체수가 줄어들면 이를 복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물의 다양성을 지켜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또 폐사한 고래 대부분이 어획 활동 중에 일어난 혼획인 만큼 어구, 어망의 사용법을 개선하고 고래와 공존할 수 있는 해양환경을 조성하고 보존하는 데에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5월 11일부터 울산의 가장 대표적인 축제인 ‘울산고래축제’가 장생포 일대에서 열린다. 울산의 상징인 고래를 보호하고, 앞으로 100년 뒤에도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킬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다큐 영상에서 봤던 보리고래나 우리구의 상징인 귀신고래를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울산 연안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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