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붕괴 응급처치에 나섰지만 정작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9% 감소했다. 게다가 정책 대부분이 국공립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없는 울산의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은 '산넘어 산'이다.

울산시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내년 2월 정부에 울산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하고 2025년 기본설계 완료를 목표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현 정부에서 예타 면제는 바늘구멍 통과만큼 어렵다. 울산의료원 설립이 더 늦어지면 타지역에 비해 공공의료 체계가 수년 이상 도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 총선까지가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12일 본지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의료 인력을 필수의료 영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정부 예산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 설명 자료에 따르면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 관리' 명목으로 총 291억4,3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이었던 320억5,900만원 보다도 9% 줄어든 금액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을 위한 예산을 새롭게 배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기존 사업비를 대폭 줄였다.

이와는 별도로 소아과·응급실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2배 늘어난 1,400억원 규모를 편성했는데 면면을 살펴보면 국공립병원 투자 예산이다. 울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예산은 없다는 얘기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지원책에 대해서 현장을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수가 획기적 인상 △공공정책수가 적용 △기금 또는 별도 예산을 통한 지원 △지역의료체계 확립 및 의료취약지 지원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이 안을 받아들이더라도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 강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가 울산의료원 설립을 위해 내년 2월 예타 면제 신청을 준비하고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26년 착공해 2028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불명확한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기조여서 이마저도 녹록치않은데 내년 총선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울산의료원 설립은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울산시민들의 염원인 만큼 정치권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살펴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국공립 의료인프라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제2 인천의료원 설립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준비하고 공공의료팀 신설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은 공공병원들을 중심으로 책임의료기관을 선정해 퇴원환자 연계, 중증응급환자 이송 지원, 감염병 관리 등 필수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발굴과 실행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지원조직으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출범을 본격화함으로써 공공보건의료의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 이밖에 타 시도들도 공공의료원을 중심으로 원외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공공의료 인프라가 국내 최저 수준인 울산은 계획대로 울산의료원 설립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받지 못하면 타 시도와 의료인프라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의료원이 추진된다고 해도 의료인력을 양성하는데 10년 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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