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울산매일신문UTV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산 외국인 현안 공동 리빙랩'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언어 소통 등 사소한 문제부터 미등록 외국인 등 깊은 주제까지 토론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울산매일신문UTV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산 외국인 현안 공동 리빙랩' 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언어 소통 등 사소한 문제부터 미등록 외국인 등 깊은 주제까지 토론하고 있다.
 

울산에서 여전히 낯선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 알마씨(외국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일까. 만에 하나 생길 편향된 시각을 배제하기 위해 '기자적'시각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낯선이웃'들에 대한 본격 취재에 들어가기 전 지난 1월 5개 분야 9명의 대표가 참여하는 리빙랩 참가대표단을 구성했다. 리빙랩(Living lab)은 말 그대로 시민들이 실제로 사는 곳에서 연구를 하는 생활 실험실을 뜻한다.

외국인들의 국내 적응을 위한 현안을 민간이 나서 리빙랩을 시도하는 것은 전국 최초다.

문제점을 도출해줄 지표를 모두 5개 분야로 나눴다. 당사자인 외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지원기관, 리빙랩 관계자, 주민, 민간봉사단체 등을 목표로 섭외를 시작했다.

이 중에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아무래도 주민과 민간봉사단체다. 취지를 가장 잘 이해하면서 민감한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할 역할에 제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인 밀집도가 높은 울주군 온산읍, 동구 방어동에서 각 주민 대표를 초청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동구에 정착할 당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봉사자도 초청했다.

이렇게 외국인 3명, 외국인 지원센터 대표 1명,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지역 주민대표 2명, 민간봉사단체 대표 1명, 리빙랩 운영 기관 관계자 2명 등으로 팀을 꾸렸다.

지난달 31일 울산지역 외국인 현안 실험을 위해 꾸려진 리빙랩 대표단이 다양한 문제점을 주고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울산지역 외국인 현안 실험을 위해 꾸려진 리빙랩 대표단이 다양한 문제점을 주고 받고 있다.
 
울산지역 외국인 현안 실험 리빙랩을 위한 대표단. 왼쪽부터 울산리빙랩네트워크 정연진 이사, 김인호 사무국장, 마을기업 아름다운방어진 박상태 대표, 적십자봉사회 동구지구협의회 송연정 회장, 울주군 온산읍주민자치위원회 정병만 위원장, 캄보디아·태국 대표 상담사 이아영(툼찬틀)씨,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박유리 센터장, 러시아 대표 상담사 쿠세이노바디나라씨, 몽골 대표 상담사 오르소 토올씨.
울산지역 외국인 현안 실험 리빙랩을 위한 대표단. 왼쪽부터 울산리빙랩네트워크 정연진 이사, 김인호 사무국장, 마을기업 아름다운방어진 박상태 대표, 적십자봉사회 동구지구협의회 송연정 회장, 울주군 온산읍주민자치위원회 정병만 위원장, 캄보디아·태국 대표 상담사 이아영(툼찬틀)씨,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박유리 센터장, 러시아 대표 상담사 쿠세이노바디나라씨, 몽골 대표 상담사 오르소 토올씨.
 

 

#'살아 있는 실험실' 의 첫 여정

'살아 있는 실험실' 의 첫 여정은 리빙랩 참가대표단의 1차 간담회였다.

울산매일신문UTV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산 외국인 현안 공동 리빙랩' 1차 회의에선 9명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알마'씨가 울산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맞닥뜨린 사소한 문제부터 깊은 주제까지 다양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가장 많이 거론됐던 부분은 역시 언어 소통과 문화 차이 같은 일상생활의 문제였다.

먼저 외국인 대표 이아영(툼찬틀)씨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 분리수거를 할 줄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 플라스틱과 병을 분리하는 등 의미가 어렵다고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박상태 대표는 "나도 아직까지 분리수거에 대해 정확하게 모른다. 돌아서면 까먹는다. 외국인들에게는 정보를 적어놓은 팜플렛이 있으면 매번 보고 따라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외국인 지원을 맡고 있는 박유리 센터장은 "팜플렛을 만들어 배포해봤는데 '뚜껑을 분리해야한다, 내용물을 씻어야한다' 등의 디테일한 정보까지는 내용 안에 다 담을 수가 없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화 차이로 인사법부터 부딪혀

이어 이아영씨는 기본적인 인사법부터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악수하거나 터치하는 게 괜찮은데 한국사람들이 싫어한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어떻게 다가가야 한국사람들이 우리를 좋게 바라봐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인사할 경우 "'우리는 인사 그렇게 안 해. 90도로 고개 숙이고 '안녕하세요'라고 해"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아영씨는 "시간을 두고 익숙해지면 더 잘할 거다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박유리 센터장은 한국인들의 행동이 '관심'인지 혹은 '강요'인지 잘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 울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1,500곳의 원룸에 외국인 4,000여명이 거주하는 온산읍 대표 정병만 위원장은 "매번 외국인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기본소양교육을 해주는 곳이 없다는 거다. 입국 시 기본적인 문화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건 우리가 책임을 통감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유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는 오르소 토올씨는 "매년 한국에 공부하러 오는 유학생 수가 늘고 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울산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어플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송연정 회장은 "2년 전 아프가니스탄사람들이 정착했을 때 당장 언어가 안되는 상황에서 버스타는 요령조차 몰랐다. 그런데 살아야 하니 병원이든 시장이든 일단 부딪혔다. 당시 많이 어려워했는데 외국인 정착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울산의 경우 '조선업' 등 외국인 근로자 급증으로 외국인 수가 전년에 비해 대폭 늘었다. 쿠세이노바디나라 씨는 외국인 근로자의 현실에 대해 '비자' 문제와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문화 이해 부족'을 꼽았다.

먼저 "F-4비자를 가진 경우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거주하신 분들이 많다. 이분들도 같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자녀 교육 부분에서 행정지원을 놓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일하러 갔을 때 좋은 기업 대표도 있지만 가끔 말이 안 통한다고 해서 '얘랑 일하기 힘들다. 이제 그만 두고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때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먼저 가져줬음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오르소 토올 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중에 몽골에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외국인의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몽골에 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반대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정연진 이사는 '기업'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토했다.

정 이사는 "현재 울산 본사 이전을 앞두고 외국인 근로자 모집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비자 문제로 갑자기 단체로 잠수를 타버리는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더라. 일하겠다는 국내 근로자는 없는 상황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 이걸 악용하는 외국인도 있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질 나쁜 노동현장이 되고 있다"고 고민했다.

 

#다문화 가정에 더 깊은 관심을

외국인 여성 가정폭력과 갈등, 아동학대 문제도 연이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아영씨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고부갈등으로 상담을 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일부 한국 남편들은 갈등이 있을 때마다 무조건 폭행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병만 위원장은 "온산에 이혼율이 높았다. 외국인이 결혼때문에 한국에 올 때면 그 집의 시어머니에게 '며느리가 유치원생이라고 생각하고 대화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오히려 인구 절벽이라는 한국에 시집 와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다문화 가정을 차별할 것이 아니라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산업단지에 필요한 근로자가 많은데 우리가 외국인을 배척하면 안된다.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상태 대표는 솔직한 주민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동구 꽃바위에는 한국인 1명이 있다면 외국인 9명이 있어 솔직히 무섭다"며 "외국인이 싸움이 나면 자기나라 편을 들지 남의 나라 편을 들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여러 나라 외국인들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초반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유리 센터장은 "현재 센터에서 17개국 통역이 가능해 상담사들이 노무, 법률, 의료 문제 발생 시 동행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한국인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들이다. 때문에 복지 서비스를 나눠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돼야겠다"고 의견을 냈다.

문제점이 뭔지 알아봤으니 이제 현장으로 갈 준비가 끝났다.
앞으로 외국인근로자, 이민자, 유학생, 불법체류자 등 이들은 모두 평등한 '알마'씨이자 실험 대상자가 된다.

외국인 현안 공동 리빙랩 회의 관련 영상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3월 1일 만날 수 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신원윤 기자 dnjsdbs3930@iusm.co.kr

 

 

외국인 현안 공동 리빙랩 회의 대표단 

△외국인 대표 3명
이아영(툼찬틀) 캄보디아·태국 대표 상담사
쿠세이노바디나라 러시아 대표 상담사
오르소 토올 몽골 대표 상담사

△외국인지원기관 대표 1명
박유리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센터장

△주민 대표 2명
박상태 마을기업 아름다운방어진 대표
정병만 울주군 온산읍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민간봉사단체 대표 1명
송연정 적십자봉사회 동구지구협의회 회장

△리빙랩 운영 기관 관계자 2명
정연진 울산리빙랩네트워크 이사
김인호 울산리빙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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