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그해 여름의 수기'로 제28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김인숙 작가가 지난 23일 오영수문학관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단편소설 '그해 여름의 수기'로 제28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김인숙 작가가 지난 23일 오영수문학관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오영수문학관이 역대 오영수문학상 수상자를 초청, 수상자의 문학적 경험과 작품 창작에 대한 이해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단편소설 '그해 여름의 수기'로 제28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김인숙 작가가 지난 23일 오영수문학관을 찾았다.

문단 데뷔 40년 차, 오영수문학상을 비롯해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섭렵하며 작품성을 공인받은 김인숙 작가는 국내 문단에서 '소설 장인'으로 통한다.

지역문인들과 난계사랑문학회 회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강연에서 김인숙 작가는 4년 전 오영수문학상 수상 감회로 입을 열었다.

김 작가는 "글 쓰는 사람에겐 눈에 띄는 큰 사건이나 인물보다 사소한 것들이 오히려 문학이 되고 소설이 되기도 한다"며 "당시 코로나19 시국이어서 시상식 최초로 야외에서 시상을 한 것으로 안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에 오면서 느꼈던 것들, 빌딩 숲과 자연이 어우러진 봄날 야외에서의 아름다운 밤 풍경들이 제 소설 속에 남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하고 난 뒤 열심히 더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수상에 그치지 않고 다시 울산에 와서 조금 더 차분하게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19살에 등단해 40년 동안 한해도 쉬지 않고 썼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은 직업이라기보다 내 삶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중력을 발휘해 글을 써야 하므로 항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소설은 정신적, 육체적 노동"이라고 소설을 쓰는 고충도 털어놨다.

김 작가는 최근 오랫동안 좋아했던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의 기법과 평소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결합하는 한편, 스스로 왜곡해 가는 기억을 비롯해 기억에 대한 오래된 사유를 담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 전 생애 첫 추리소설인 '더 게임'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김 작가는 "일찍부터 일상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사건에 얽힌 비밀을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순문학을 쓰더라도 기법이 추리소설적인 것이 많아 출판사 권유로 처음으로 추리소설집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김 작가는 최근 쓴 추리소설 '유카'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빈집' '기억'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5살 때부터 17살까지 살았던 집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보며 너무나도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스스로 왜곡해 가는 기억들, 자기가 사실이라고 믿는 왜곡된 기억이 얼마나 큰 파급과 파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항상 써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작가는 "무엇을 써야 하나 무엇을 말하려 하나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저 그것은 자기 삶과 함께 흘러간다"며 "오래 쓰는 작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더 오래 쓴 사람은 연륜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식 오영수문학관 관장은 "김인숙 작가의 작품세계와 면면을 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오영수문학관이 12월까지 분기별로 이어가는 오영수문학상 수상자 초청 강연에 울산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6월 8일 열리는 두 번째 강연은 소설집 '기타줄을 매다'(좋은땅)로 제23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한 이충호 작가가 '너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하였는가'를 주제로 이어간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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