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서예계를 이끌고 있는 두 원로서예인이 이달 나란히 개인전을 펼친다.'소걸음'이라는 호를 쓰고 있는 우보 배성근 작가와 한글서체'참얼체'를 개발한 참얼 조동래 작가다. 한평생을 묵향으로 채운 원로서예가들의 열정이 담긴 전시여서 한층 기대를 모은다.

 

우보 배성근 선생
우보 배성근 선생
 
배성근작
배성근작 <독만권서 행만리로>

◆우보 배성근선생 '독만권서 행만리로'

"이 글귀처럼 많은 사람이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즐겨 지식과 견문을 넓히길 바랍니다"

우보 배성근 서예가가 3월 25일부터 4월 6일까지 갤러리 한빛에서 '독만권서 행만리로'를 주제로 열한 번째 개인전을 연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는 중국 격언으로, 명나라의 명필로 이름을 날렸던 동기창의 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조선 시대를 아우르는 스님들의 시(선시) 130편과 광개토대왕비문을 쓴 14폭 병풍 2점, 그 외 20여 점의 작품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배성근 작가는 한지와 묵, 붓으로 굵직한 울림의 전통 서예를 고수하면서 현대미술 못지않은 기법으로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배 작가는 금문·전서·예서·행서체를 자유롭게 오가는 독보적 실력을 선보인다.

특히 평소 검은 먹물을 이용한 붓글씨가 아닌 금니 먹물을 사용해 써내려 더욱 화려하고 압도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성근 작가는 지난 1995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그동안 10회의 개인전과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초대전 등 다수의 초대전에 참여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뉴욕에서의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배 작가는 "만권의 책을 읽으면 다양한 지식이 쌓이고 만리를 걷다 보면 많은 견문이 넓어진다"며 "많은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의 주제인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를 되새기기를 바라며, 작품 속 선시를 읽으며 마음속 감흥이 일어나 일상에서 실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배성근 작가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 전북·경북 서예대전 심사위원장, 대한민국 서예대전 행서 심사 분과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울산 남구 무거동에서 우보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공휴일, 일요일 휴관 문의 052-903-0100.

 

참얼 조동래선생
참얼 조동래선생
 
조동래작
조동래작 <오늘>

◆참얼 조동래선생 '묵향으로 스며드는 봄날'

"먹을 갈고 먹향이 좋아 한 점, 한 획 붓질해 온 세월이 어느덧 50여 년이 됐다"

참얼 조동래 서예가가 3월 27일부터 4월1일까지 울산예술문화회관 제1전시장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

'묵향으로 스며드는 봄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13년 첫 개인전 이후 11년 만이다.

첫 개인전에서 조동래 작가는 한글 서체인 '참얼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한용운, 박목월, 이광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의 시를 비롯해 경전 반야심경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길이 4m의 14개 작품에는 한글 서체의 모든 것을 담았고, 소품 88점은 '참얼체'를 담아 총 120점을 선보인다.

대표작'오늘'을 비롯해, '박목월 시', '해바라기', '인연', '채근담 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등이다.

조동래 작가는 중학교 시절인 1975년 처음 붓을 잡아 1996년에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가 됐다.

서예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초록이나 주황색 화선지에 글을 써 '젊은 세대에게 흥미를 쓸 수 있는 작품' 완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동래 작가는 "묵색은 검게 보이나 이 세상 모든 색을 합치면 검은색이 된다는 이치로 볼 때 묵에는 모든 색이 모여 있다. 그렇기에 저의 작품 한 점, 한 획마다 세월이 지닌 모든 색을 담았다"며 "전시장을 찾아주시는 관람객들 또한 묵색에 담긴 다채로운 시간의 색을 즐겨주시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서예 인생은 먹향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서예에 저의 시간을 오롯이 담는 순간을 통해 비로소 '해방감'을 만끽하는 자유의 시간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서예가 이러한 삶의 해방감을 경험하게 하는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동래 작가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한국서예협회 한글분과위원장으로 전주서예비엔날레 및 오늘의 한국서예전 등에 참여했다.

현재 울산 중구에서 참얼서예연구실을 운영 중이다. 문의 052-275-9623.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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