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족박물관과 송석하 관장(왼쪽) 1947년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국립민족박물관과 송석하 관장(왼쪽) 1947년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송석하
송석하
민속학자 송석하의 부와 학문(민속원)
민속학자 송석하의 부와 학문(민속원)

금관문화훈장 받은 민속학자
국립민속박물관 50주년 기념 훈장
'이달의 문화인물'에 ‘전집’까지 출간
지역 향토사계선 기념관 건립 의견

    

친일 활동 부친 이어 아들까지 
일본 유학 후 ‘조선민속학회’ 결성
학회지에 총독부 호응 글 다수 발표
일 정치권력 밀착 각종 증거 발굴 중
문화민족주의자 공인 움직임 ‘반기’

 

울산 출신 민속학자 석남 송석하(1904~1948)가 일제의 정치권력과 밀착한 행보를 보였다는 견해를 담은 책이 나왔다. 부친 송태관의 친일 행적은 일찍이 학계에 알려졌지만 '한국 민속학의 태두'라 불리는 송석하의 친일 행적에 대한 견해는 흔치 않은 것이어서 지역 향토사학계의 논란이 예상된다.

오석민 전 충남역사박물관장은 최근 '민속학자 송석하의 부와 학문(부제: 문화민족주의자의 민낯을 보다)'(민속원)을 발간했다.

책은 울산출신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증손인 박중훈 씨와 이용찬 정읍문화재지킴이 회장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송석하의 민속에 관한 관심을 '일제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공인하고 있고, 국립민속박물관은 1946년 송석하가 초대 관장으로 재직했던 '국립민족박물관'을 그 뿌리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도 1996년 국립민속박물관의 '개관 50돌 기념행사'에서 송석하 선생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고, 이듬해 그를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했다. 2004년에는 학술행사와 함께 그의 전집이 출간됐고, 그가 주도해서 창립한 '조선민속학회' 창립 90주년이던 2022년에는 충남 태안에 있는 묘역에 공적비가 건립됐다.

울산 향토사계에서는 송석하 선생을 한국 근대 민속학의 기틀을 세운 민속학자로서 인정하면서 '민속기념관'을 만들자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오석민 저자는 비문 등을 통해 송석하의 가계와 행적을 살핀 후 아버지 송태관뿐 아니라 송석하의 친일 활동 가능성을 주장했다.

아버지 송태관은 일본 천황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던 인물이다. 1920년대에 사업가로 실패했으나 조선 총독을 만난 후 간척 허가 등으로 재기했다. 송석하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1년 만에 일본 유학에서 돌아오게 된다. 이후 조선민속학회를 결성하는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문제는 조선민속학회가 발간한 학회지 『조선민속』 3호는 경찰 출신 일본인의 고희 기념 특집으로 출간됐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총독부의 '농촌진흥운동' 등의 시책에 호응하는 글을 다수 발표하기도 했다. 또 1943년에는 백두산 천지에 배를 띄우고 일본의 태평양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제사에 조선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는 기록도 있다.

오석민 저자는 송석하의 가계와 행적에 관심을 기울인 연구가 없어서 그의 친일 면모가 드러나지 않다고 봤다.

오 저자는 "송태관 송석하 부자는 시종일관 정치권력에 밀착한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인물을 '문화민족주의자'로 공인하려는 입장에 반기를 들기 위해 이 책을 내게 됐으며, 각종 증거 자료를 더 발굴 중"이라고 밝혔다.

공동 저자로 참여한 박상진 의사 증손 박중훈 씨는 "그의 활동이 식민지배정책에 적극 협조했다는 점에서  '조선민속학이 문화민족주의에 입각한 토착주의 저항 담론'이라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송석하의 활동을 연구하며 역사기념관 건립을 제안해 온 이병길 향토사학자는 "당시 송석하선생은 민족적 입장과 친일적 입장 가운데인 경계인으로 사회 활동을 했다고 본다"면서 "민속자료 수집이나 조사를 하는데 일본관공서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의 활동이 노골적으로 일본에 이득을 준 것은 없다. 친일 매국노로 매도한다면 당시 사회 활동을 한 사람은 모두 친일파일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5월에 '민속학자 송석하의 부와 학문'출판기념회가 울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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