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익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장훈익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최근 각 지자체는 도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동안 울산은 타 광역시에 비해 문화의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박물관에 이어 도서관, 미술관 등이 차례로 개관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하나씩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 잘 지은 문화시설은 단순히 즐기고 체험하는 곳을 뛰어넘어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세계 여러 도시들의 문화시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화계에서는 ‘구겐하임 효과’ ‘빌바오 효과’라는 말이 있다. ‘구겐하임 효과’는 미국 최고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해 1959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이 미술관 내부의 나선형 경사로는 미술품을 전시하고 조각품을 놓기에는 불편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달팽이 모양의 독특한 외관과 밝은 미색의 둥근 외형으로 인해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스페인 빌바오시는 15세기 이래 광공업과 조선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인구 35 명(대도시권 포함 100만명)의 중소공업도시이다. 1980년대부터 주력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를 부흥시킬 방안을 찾던 중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을 유치하게 됐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건물이다. 마치 물결치는 듯한 외관은 내부의 전시품보다 더욱 유명한 작품이 됐다.

 그 후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 시저 펠리(Cesar Pelli) 같은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 빌바오 곳곳에 건축되면서 빌바오는 스페인의 중소도시에서 일약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탈바꿈 하게 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시작된 변화가 도시 전체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전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빌바오 효과’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

 최근 울산에도 ‘빌바오 효과’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지난 2월 21일 민생토론회에서 김두겸 시장은 울산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위한 국비 5,000억원의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네르비온 강 옆에 건립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울산의 중심을 흐르는 태화강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다면 울산의 랜드마크를 넘어 우리나라 최고 건축물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한다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통영국제음악당 건립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호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 중의 한 곳이다.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두 건물 모두 행정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건립이 시작된 공통점이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1954년 뉴사우스웨일스 주(州) 조셉 케이힐(Joseph Cahill) 총리의 지원 결정으로 1956년 국제공모전을 시행해233건의 응모작 중에서 덴마크의 요른 웃손(Jørn Oberg Utzon) 작품이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반면 통영국제음악당은 2007년 3월 진의장 통영시장이 프랭크 게리에게 설계를 의뢰하면서 건립이 추진됐으나 공사비와 공사발주방식의 문제 등으로 프랭크 게리의 설계가 채택되지 못했다. 당시 통영시장은 프랭크 게리를 통해 빌바오 효과를 기대했으나 결국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 후 국내 턴키방식을 통해 추진된 음악당은 두 마리의 갈매기를 형상화해 디자인을 했다고 하나 누군가는 신발 모양을 떠올렸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두 사례를 통해 행정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설계단계부터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기 위한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한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공통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비록 하나는 공연장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관이라는 차이점이 있으나 두 건물 모두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당초 예상한 건립비용보다 공사비가 크게 증액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당초 700만 호주달러(약 60억원)에 공사기간은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억200만 호주달러(약 847억원)에 14년이 걸린 대공사가 됐다. 그 와중에 책임건축가인 요른 웃손이 공사 중간에 사임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지역 건축가들을 비롯한 건축대학 학생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역사적인 건물이 완공될 수 있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또한 당초 1억3,200만 유로(약 2,000억원)로 추정한 공사비가 1997년 완공 당시에는 3억3,000만 유로(약 5,000억원)가 소요됐다고 한다. 빌바오의 경우는 도시재생을 위해 빌바오 메트로폴리 30, 빌바오 리아 2000 같은 민·관 조직을 통해 여러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한다. 두 건물이 성공적으로 완공된 것은 결국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통해 울산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울산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면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울산의 랜드마크이자 최고의 건축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울산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 등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 시민들이 함께 동참한다면 울산 오페라하우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립 당시에 건축비 모금을 위해 복권을 발행한 사례는 우리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장훈익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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