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울산대학교 정잭대학원 교수
김도희 울산대학교 정잭대학원 교수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다시 주목받는 시점이다. 2026년 6월 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대표 선출을 넘어, 지방자치의 질적 도약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 시행 30여 년이 지났지만, 많은 지방정부는 여전히 재정 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 정보통신기술 발전, 교통 인프라확충, 행정 수요의 고도화, AI 기반 행정 전환 요구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단순한 의지나 열정만으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 이외에도 저출산·고령화의 심화, 광역행정 필요성 증가, 청년 실업문제, 에너지 위기, 이상 기후 현상에 따른 정부의 대응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의 공통점은 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없이는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따라서 후보자가 지역 현안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며, 이를 수행할 역량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간 지방선거는 혈연지연학연 등 비합리적 요소와 근거 없는 비방, 선심성 공약 등으로 정책 중심 선거로 자리 잡지 못한 한계를 보여 왔다. 후보자의 공약이 중요한 이유는 당선되는 순간 바로 정책으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수혜 대상자는 지역 주민들인데 지역 주민들의 고충이 공약에 반영이 되지 않았을 때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매니페스토(Manifesto) 선거이다. 2006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시민단체와 언론 주도로 시작된 매니페스토는 공약의 구체성(예산일정 포함), 후보 간 비교 가능성, 당선 이후 이행 여부, 사후 평가까지를 포함하는 전 과정 중심의 검증 체계이다. 이는 단순한 선거 전략을 넘어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무책임한 공약 남발을 방지하는 핵심 장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인 지역 주민들이 후보자들의 공약 내용과 업무 추진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는 인정에 이끌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면 결국 앞으로의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정책은 예산이 수반된 계획이고 실천력을 수반하기 때문에 뒤늦은 깨달음은 행정의 낭비를 막을 수 없다. 지역 주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지만 결국 반영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후보자의 공약은 당선 이후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지방은 이제 경쟁을 넘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지방에 봉착된 현안들은 단순한 과제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토대를 마련하느냐 아니면 존립의 위기를 맞게 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한 상황이이다.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지방화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성숙한 판단이 필요하다. 매니페스토는 유권자가 정책을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합리적 선택 도구’이자 성숙한 민주주의 기반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 또한 한 단계 더 성숙해져야 한다. 선거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후보자 토론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공보물을 바탕으로 후보자의 정책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를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진정한 정책선거를 실현하고 지역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도희 울산대학교 정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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