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부는 처음 내셔널갤러리 입지를 정할 때 부자들이 마차를 타고 오기 좋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걸어오기에도 좋은 트라팔가 광장으로 낙점했다. 이곳은 런던 50개 이상의 버스노선이 다니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런던여행을 하다 보면 하루 한번 이상은 지나칠 정도로 런던 최고의 교통요지다.

“크고 작품 많아 하루종일 봐도 부족”
  13세기 중반~20세기 초반作 2,300점
  소장 작품 25%가량 기증받은 그림

  20세기초 ‘농업위기’ 예술품 내다팔아
  美 신흥부호들 고가 구매에 ‘위기의식’
 ‘국립미술컬렉션 기금’으로 유출 경계

  런던 교통요지 트라팔가광장 입지
  프랑스 루브르미술관과 ‘경쟁의식’
  좋은 컬렉션·접근성 높이려 힘써
  연평균 방문객 수 500만명 넘어

 

영국 런던은 전통적으로 세계미술의 중심이다. 한때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의 대형미술관들에 밀리기도 했지만 프랑스에 루브르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이 있다면 영국에는 내셔널갤러리와 테이트 모던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영국미술의 명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런던에는 미술을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이 많고, ‘프리즈 런던 아트페어(Frieze London Art Fairs)’ 개최로 독립적으로 미술 시장을 강하게 이끌고 있다. 영국의 많은 유명 미술관들 중 그림감상을 인간의 권리로 생각하고, 이 권리는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운영방침을 정하고 있는 내셔널갤러리의 운영방침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성장하게 했다. 
 

내셔널 갤러리는 ‘그림감상’을 인간의 권리로 생각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Great Arts & Culture for Everyone’라는 운영방침이 보인다.

 

◆‘국립미술컬렉션 기금’ 미술품 사들여 
1824년 문을 연 내셔널갤러리는 유럽의 13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 사이의 주요작품 2,300점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내셔널갤러리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영국 부자들의 힘이 컸다. 
1824년 금융인인 돈 앵거스타인이 소장하고 있는 회화 38점을 영국정부가 사들인 것을 계기로 탄생한 이곳의 주요 컬렉션은 영국 국민들의 소유다. 
20세기 초는 농업의 위기가 시작되면서 귀족들이 보유하고 있던 예술품들을 많이 내다팔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미국의 신흥 부호들이 높은 가격으로 미술품을 구입하자, 영국미술계는 위기의식을 갖고 ‘국립미술컬렉션 기금’을 만들어 미술품들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경계했다. 
또 이때가 귀족문화의 위기이기는 했지만 개인 컬렉터들의 기증은 매우 활발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내셔널갤러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들 “워낙 크고 전시품이 많아 하루 종일 봐도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고흐, 얀 반 에이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등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대가들의 작품들이 ‘서양미술사’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는데 2,000점이 넘는 소장 작품 중 25%가량이 기증받은 그림이라고 한다. 
또한 테이트모던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위치를 자랑하고 있는 것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성장하는데 큰 몫을 했다. 
영국정부는 처음 내셔널갤러리 입지를 정할 때 부자들이 마차를 타고 오기 좋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걸어오기에도 좋은 트라팔가 광장으로 낙점했다. 이곳은 런던 50개 이상의 버스노선이 다니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런던여행을 하다 보면 하루 한번 이상은 지나칠 정도로 런던 최고의 교통요지다. 

 

내셔널갤러리는 세계의 어느 미술관보다 화려하고 격조있으면서 편안한 내부시설을 갖추고 있다.

 

◆ “그림감상은 인간의 권리” 
내셔널갤러리가 세계 어느 유명한 미술관보다 칭송을 받는 이유는 ‘그림 감상을 온 국민 즐겨야 한다’는 운영철학때문이다. 
유럽에 있는 유명 미술관 대부분이 왕실이나 귀족들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내셔널갤러리는 온전히 ‘대중’에게 개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공미술관이다. 
내셔널갤러리는 유럽 다른 도시의 대표미술관 보다 늦게 만들어졌다. 세계미술의 중심이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언론에서는 큰 우려와 함께 초창기 프랑스 루브르미술관과 끊임없는 비교를 했다. 
이에 내셔널갤러리는 경쟁의식을 느끼며 좋은 컬렉션과 함께 접근하기 쉬운 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러한 노력은 운영방침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내셔널 갤러리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그림감상’을 인간의 권리로 생각한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Great Arts & Culture for Everyone’라는 운영방침이 보인다. 
‘모두를 위한 대단한 예술’이라는 슬로건은 영국 정부의 문화정책방향이기도 한데 ‘훌륭한 예술품은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민주주의 정신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천문학적인 가격의 유명한 작품들을 개인이 소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셔널갤러리의 공식홈페이지에는 모든 소장 작품마다 구매, 기증, 대여 등 어떤 경로로 수집이 됐는가가 상세히 공개돼 있다. 
테이트 모던과 마찬가지로 내셔널갤러리 관람도 무료로 가능하다. 일부사람들은 영국이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로부터 약탈해온 작품들을 돈 받고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서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모두를 위한 예술’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것으로 보인다. 
즉,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는 특권 계층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운영방침이 루브르미술관이나 오르세미술관에 비해 지명도는 낮지만 방문객수가 연평균 500만명 이상의 유럽 최고 미술관을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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