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3년 연속 무분규로 마련한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사회초년생, 이른바 MZ세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격변하는 미래 자동차산업에 맞선 고용안정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1일 현대자동차 노사에 따르면 노사는 전날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주식 5주 △복지포인트 20만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등을 담은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우선 이번 기본급 인상안은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역대 노사가 합의에 따르면 △2015년 8만5,000원 △2016년 7만2,000원 △2017년 5만8,000원 △2018년 4만5,000원 △2019년 4만원 △2020년 동결 등이다.

이는 사무·연구직을 중심으로 제기된 임금 인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적절한 성과급 등을 요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한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했다. 노사 모두 임금 인상 규모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리급 직급 수당을 신설하고, 결혼자금 100만원 등 경조사비를 확대한 것도 MZ세대를 고려한 합의안이다. 입사 1년이 되면 첫차를 구입할 때 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울산공장에 사택을 신축해 1인 1실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장 기술직 조합원들에게는 ‘고용안정’이 가장 크다.

노사는 이번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해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에 대비해 고용안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친환경·미래자동차 확대 등으로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노사는 해마다 관련 특별협약을 맺어왔으나, 올해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문구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이번 특별협약을 통해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차량(PBV) 등 미래 신사업의 대량 생산이 필요한 경우 제반 조건을 감안해 국내 공장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현대차의 첫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지난 5월과 6월 두달 동안 국내에서만 5,586대가 판매됐는데, 앞으로 친환경·미래자동차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기존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PT) 부문 등의 가중되는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사는 국내 공장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미래 신산업을 추진하고, 이에 맞춰 2025년까지 국내 공장과 연구소에 60조원의 투자와 지속적인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동안 상대적 소외감과 보상심리 등을 호소해왔던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조합원들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특별 채용된 이들이 기존에 일부밖에 인정받지 못했던 사내하청업체에서의 경력 전체를 온전히 인정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사내하청업체 입사일을 기준으로 근속에 따른 특별휴가와 특별상여, 25년 이상 근속시 평생사원증 발급 등 혜택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다.



기성 조합원을 위한 시니어 촉탁(숙련 퇴직자 재고용) 수당과 정년퇴직 당해연도 조합원 후생복지 개선 등도 잠정합의안에 담겨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운명은 오는 27일 조합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여름휴가 전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할 수 있다. 반면 부결되면 다음달 여름휴가 이후 조합원 요구 충족을 위해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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