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RUPI사업단장&공학박사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RUPI사업단장&공학박사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기 위해 마음 가면을 쓴다. 약한 부분을 들키는 것이 수치스럽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비로소 새로운 삶이 열린다. 현대인은 최선을 다하는데도 항상 ‘무언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품고 산다. 일, 돈, 사랑, 관계 등 모든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핍감이 늘 자신을 자극한다. 이런 마음은 SNS가 발달한 요즘 세상에서 주변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커간다.

 "그런 거 다 있으면 누가 못해?" 회사나 단체 등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시간이나 예산, 인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상사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회사에 지원을 요청하면 자주 듣는 말이다. 10억원이 드는 공사에 5억원만 주거나 일주일은 족히 걸릴 일을 이삼일만에 해치우라면, 그 실무자의 선택은 불 보듯 뻔하다. 값싼 자재를 사용하거나 공정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밖에 없다. 그곳엔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이렇듯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소모적인 사회를 만든다. 뒤처질까 봐 겁먹은 사람들은 스스로 채찍질하고 이기기 위해 싸운다. 이러면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이런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취약성은 불확실성 때문에 상처를 입을까 두려움이 생기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사랑에 푹 빠진 마음은 취약하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상대방을 사랑하는데, 상대방은 나를 똑같이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인 작가가 작품이나 글을, 벤처기업이 아이디어나 신상품을 세상에 내놓는 일도 마찬가지다.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리라는 확신이 없을 때 취약해진다. 우리는 취약성을 숨기는 것에 익숙하다. 부족하다는 느낌에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취약성은 곧 나약함으로 여겨진다. 나의 연약해진 마음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일이 두렵다. 그래서 "나는 결코 약하지 않다"며 스스로 주문을 걸고 정말 그런 척 가면을 쓴다.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용기 있게 진짜 인생을 사는 밑거름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면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의 취약성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여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온 마음을 다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자신의 취약성이 노출될 때 느끼는 수치심을 정성껏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치심을 회복할 수 있는 탄력성을 길러 놓아야 자존감에 깊은 흉터가 남는 걸 막을 수 있다.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가장 보편적 원인은 외모와 모성애다. 아이를 훌륭하게 길러내면서도 날씬하고 젊은 외모를 유지해야 하고, 직장에서는 멋지게 일을 해내야 한다. 여성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수치심을 느낀다.

  반면, 남성들이 수치심을 느낄 때는 약한 사람으로 보일 때다. 남성들이 직장에서는 능력 있는 상사로, 가정에서는 돈을 많이 벌어오는 든든한 아빠로 인정받아야 하는 동시에,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는 틀 속에 갇혀 있다.

수치심을 다루는 방법은 용기를 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말고 나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취약성을 가졌음에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취약성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그 사람이 보내주는 공감은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안도감을 줄 것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스스로 이렇게 말해주자. "그래, 나는 불완전하고 취약한 존재야. 그래도 내가 용감한 사람이라는 진실은 바뀌지 않아. 나는 사랑과 인정을 받을 만한 사람이야" 크든 작든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유년 시절에 겪은 상처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때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상처를 계속 떠안고 살아가거나, 늦었지만 제대로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RUPI사업단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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