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키산맥 산기슭에 있는 콜로라도 볼더는 인구 10만명의 볼품없는 작은 대학타운이었으나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세계적인 스타트업 도시로 거듭났다. 특히 콜로라도 볼더의 성장에는 ‘먼저 주기(Give First, 대가에 대한 기대 없이 다른 사람을 먼저 돕는 문화)’로 대표되는 볼더의 스타트업 창업자 중심의 커뮤니티 철학이 확산되면서 초기 창업자, 성공한 창업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중간지원조직, 대학 등을 주축으로 한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로 발전했다. 볼더시의 스타트업 커뮤니티 문화는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수많은 스타트업 사례와 더불어 희망과 가능성을 전하고 있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스마트폰 생산기업이었다. 하지만 노키아 몰락으로 핀란드는 경제성장률이 2012~2014년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망가진 핀란드의 경제를 부활시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창업에 나선 노키아 출신 실직자들과 핀란드 알토대 대학생들이었다. 노키아가 위기를 맞자 노키아 출신들에게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회사는 위기였지만,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회사를 만들 기회였으며 동시에 학생들도 창업 욕구가 강했다.
한편, 핀란드가 창업 국가로 거듭난 데에는 스타트업 박람회 ‘슬러시’를 빼놓을 수 없다. 매년 11월 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로서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과 투자자 등 관계자 2만여명이 참가한다. 이 행사는 대기업이 아닌 지역의 대학생들이 주도하는데, 핀란드 알토대 창업동아리 ‘알토에스'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사우나'를 중심으로 개최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2,400여명의 대학생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슬러시는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창업자를 배출하는 곳'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좋은 경험과 재미를 얻게 되고 또한 미래의 공동창업자를 만날 수도 있다. 다름 아닌 자원봉사 참여부터가 스타트업 네트워킹이다.
미국에 볼더시가 있고, 핀란드에 노키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울산시가 있고, 울산에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 삼성SDI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해봤어?'와 같은 기업가정신은 울산 특유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지역 경제의 발전을 위해 상호 보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창업 의지를 높일 수 있다.
창업 생태계에서 지역의 성공한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살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기업들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개설해 스타트업의 초기 자금·기술·멘토링 등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체 보유한 기술을 스타트업과 공유하고, 협력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기업의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하고, 기업은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을 끌어 낼 수 있다.
울산은 기업 하기 좋은 세계적인 기업 친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울산의 대표 기업들은 이미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관계가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지역 스타트업들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
콜로라도 볼더시와 핀란드의 노키아가 위기를 겪자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청년들이 창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창업한 기업을 매각하고 다시 창업을 시도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 리스트로 변신했다. 창업의 두번째, 세번째 물결, 즉 ‘스마트업 커뮤니티 웨이’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일어난 것이다. 울산도 성공한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의 멘토가 돼 제2, 제3의 창업의 길로 나서기를, 나아가 울산이 세계에서 가장 스타트업하기 좋은 창업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구자록 전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