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달 울산공장 잔디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지난달 울산공장 잔디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현대자동차 노조가 하계휴가를 마치자마자 파업 수위를 조별 6시간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올해 임금교섭은 임금 인상 폭에다 여러 현안까지 겹치면서 한 고비를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나타나는 형국이다. 노사가 생각하는 올해 임금교섭의 ‘타결선’ 역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노조)는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당장 다음날인 12일~13일 조별 4시간, 14일~18일 조별 6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파업 일수뿐 아니라 수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노조는 앞서 2시간에서 4시간으로 파업 시간을 늘린데 이어, 이번에는 최대 6시간까지 확대했다.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생산라인은 총 40시간 멈추며, 누적 생산 차질 시간은 100시간에 달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60시간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은 4만2,510대에 달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기술직 직원 1인당 임금 손실은 192만원, 퇴직금 손실은 1,401만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올해 임금교섭은 정작 임금 인상 폭을 논의하기도 전부터 넘어야 할 산이 있다.

# 쟁의 ‘관례상’ 11차 핑퐁, 단 1차례만 ‘임금성 공방’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6일 교섭 상견례(1차)를 시작으로, 쟁의권 확보 전인 6월 12일 11차 교섭까지 단 1차례(5월 19일, 4차 교섭)만이 기본급 등 ‘임금성 공방’이 오갔다. △5차 교섭엔 해고자·정년·신규인원 △6차 교섭엔 고용안정·완전월급제·노동시간·상여금 △7차 교섭엔 차량DC·성과급/퇴직금 방식·장기근속예우·차별 철폐 등 10차 교섭까지 ‘별도 요구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다만 11차 교섭에선 별도요구안과 임금성 모두를 포함한 ‘일괄제시’를 노조가 요구했고,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며 결렬 선언됐다.

통상 노사가 교섭 시 요구안 전반을 한 차례씩 훑으며 정리하는 과정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올해는 별도 요구안에 무게가 크게 실렸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격년으로 단체교섭을 포함하며, 올해는 임금교섭에 해당한다.

쟁의권 확보 후 7월 2~8일 재개된 4차례 추가 교섭 중에서도 정년·신규인원·완전월급제·상여금·해고자·남양 유연근무 등 별도 요구안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교섭은 15차를 끝으로 한 달 넘게 재개되지 않고 있다.

결국 최장 64세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상여금 50% 인상 등 3가지 별도 요구안이 이번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 역대 3번의 500% 성과급 지급...멀어지는 ‘타결선’

별도 요구안은 단순히 ‘얼마를 더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과 임금체계, 노사관계 등 각각 성격이 다른 사안들이어서 타결 과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파업 수위를 높인 배경에도 이 같은 상황이 깔려 있다. 노조로서는 임금뿐 아니라 주요 요구사항 전반에 대한 사측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야 하고, 회사 역시 각각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발생할 비용과 제도적 부담을 따져야 한다.

문제는 이 산을 넘더라도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별도 요구안에서 노사가 일정 부분 합의점을 찾더라도 결국 기본급과 성과금 등 임금 수준을 놓고 또 한 번의 줄다리기를 벌여야 한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높은 수준의 임금협상 타결을 이어오면서 과거의 타결액 자체가 올해 협상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10년인 2017년 이후, 현대차 노사의 역대 타결액을 살펴보면 타결금 인상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24년으로, 기본급 11만2,000원, 성과금 500%, 일시금 2,488만원이다.

성과금의 경우엔 훨씬 이전인 2012년, 2013년(타결해 기준)에도 500%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3년간 현대차 노사의 기본급 인상액을 살펴보면 각 11만1,000원(2023년), 11만2,000원(2024년), 10만원(2025년)으로 모두 10만원대를 형성했다.

회사는 올해 임금성 제시안(3차)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급 350%, 일시금 1,000만원+자사주 15주를 내민 상황이다.

노조는 “하계휴가로 투쟁 동력을 재정비한 만큼 요구안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다만 회사가 전향적인 안이 있어 교섭이 재개된다면, 당일 파업 일정을 유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고객과 협력사는 물론, 지역 및 국가경제 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며 “그간의 대화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노조의 연이은 파업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와 함께 울산 양대 사업장으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여름휴가 종료 다음 날인 오는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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