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등 위험물질 수송 철도로 전락해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울산 울주군 '온산선'의 폐선을 위해 참다못한 온양읍 주민들이 직접 한국철도공사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6월을 끝으로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온산선을 달리는 황산열차를 더는 안 봐도 될 줄 알았는데, 영풍이 황산 수송을 계속하고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민들의 공분은 극에 달했다.
12일 오전 8시 울주군 온양읍행정복지센터. 영풍의 온산선 이용을 막고자 각자의 생업도 제쳐두고 3대의 관광버스에 몸을 실은 주민 103명의 모습은 결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대전 동구 소재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첫 상경집회를 열고 "5만 온산·온양읍 주민은 지역발전 저해와 주민안전 위협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에만 몰두한 영풍석포제련소의 이기적인 행태에 개탄한다"면서 "한국철도공사는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더는 활용 가치가 없는 온산선 폐선을 반드시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온산선은 지난 1979년 개설돼 온산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철도 화물 운송을 도맡았지만, 현재는 철도 이용이 급격히 줄어 S-OIL과 영풍 두 업체만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두 회사의 화물이 모두 '위험물'이라는 점이다.
S-OIL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군수용 항공유를 국내 공군기지에 보급하는 과정에서 온산선을 일부 이용하고 있고,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을 동해선을 거친 뒤 온산선을 이용해 온산항까지 수송하고 있다. 그런데 철도 주변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주민·기관·기업이 참여한 간담회가 열렸지만, 영풍 측은 아무런 대안 없이 "어렵다"는 입장만 고수한 바 있다. 1년여가 지난 현재도 고려아연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 중단'에 대해 7년 유예기간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에 주민들은 온산선 폐선 여론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지금에서야 시간 끌기에 나서는 영풍의 행태에 분개하고 있다.
또 제련업 특성상 환경 리스크관리가 핵심 역량인데, 유해물질 처리를 사실상 울산에 제련소를 둔 고려아연에 책임을 전가해 온 만큼 ESG경영 관점에서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반적 시각이다.
주민들은 "영풍은 지난 10년간 환경 관련법을 120여 차례 위반하고 70여 차례 행정처분을 받은 것도 모자라 14명의 근로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행태를 일삼아온 기업"이라며 "비윤리경영이 퇴출될 때까지 '온산선폐지공동추진위원회'가 한뜻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남울주 10만 정주도시 발전 저해, 주민 안전을 위해 울산시와 울주군, 지역 정치권에서도 국토교통부 등에 온산선 폐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법원은 이 같은 상황을 잘 살펴 가처분 신청을 반드시 기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박동순 온산선폐지공동추진위원회 회장과 주민대표 2명, 김상용 울주군의회 의원은 이날 김양숙 한국철도공사 물류사업본부 본부장 일행과 면담을 갖고 그동안 온산선 폐선을 위한 활동 내역과 성명서 등을 전달했다.
주민대표 측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문제"라며 "철도공사에서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온산선 폐선을 반드시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양숙 본부장은 "국방부의 항공유 운송 노선을 철도공사에서 관여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지자체에서 대체 노선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고, 주민들도 의견을 주고 있는 만큼 합심해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온산선 폐선과 관련해 국방부는 병참선만 확보할 수 있다면 온산선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울주군은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울산신항 인입 철도 용암정거장으로 연결되는 약 4km 구간의 새 철도를 개설하는 방안을 올해 초 울산시에 제시해 대안 마련에 나섰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