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역 전경.
포항역 전경.

'철도의 볼모지'였던 경북이 동해선 ITX-마음 전 구간 개통을 계기로 새로운 교통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노선 연결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포항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철의 도시'로만 알려졌던 포항은 인기 드라마의 배경지로 주목받으며, 감성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로 재조명되는 가운데 철도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준비된 포항, 철길 역할 톡톡히

포항에서 동해선을 이용하는 월 이용객 수는 약 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포항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강릉이며, 반대로 동해선 이용객 중 경북 지역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는 앞서 철길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10인 이상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를 대상으로 당일 또는 숙박 관광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해 유입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국내 여행 플랫폼과 협업해 숙박 할인 이벤트를 했다. 열차 이용 인증 또는 댓글 퀴즈를 통해 커피 쿠폰을 증정했고 역에서 티켓 제시 시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 체험형 마케팅도 했다.

동해선 개통을 기점으로 선순환 구조를 위한 통합 전략을 펼쳤다. 특히 타 지역과의 공동 관광 홍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강원도 강릉과는 상호 팸플릿 비치를 통해 관광 교류를 이어가고 있으며, 울산과는 '해오름 동맹'을 바탕으로 경주까지 포함한 세 도시가 함께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역 주변 교통환경은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실제로 취재진이 주말에 동해선을 이용하기 위해 포항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역 진입 도로 입구부터 자가용과 택시가 뒤엉켜 혼잡한 상황이 벌어졌다. 도로는 택시, 자가용, 시내버스 차선이 따로 분리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이를 제재하거나 관리하는 장치가 없어 혼잡이 더욱 심화됐고,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까워 정비가 시급해 보였다.

포항의 랜드마크로 등극한 스페이스 워크.
포항의 랜드마크로 등극한 스페이스 워크.
포항의 랜드마크로 등극한 스페이스 워크.
포항의 랜드마크로 등극한 스페이스 워크.
포항의 랜드마크로 등극한 스페이스 워크.
포항의 랜드마크로 등극한 스페이스 워크.

# 랜드마크·드라마 촬영지로 관광객 특수

철도 개통으로 포항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지역 곳곳의 관광지들이 제 가치를 발할 수 있게 된 점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반가운 소식이다. 환호공원의 스페이스 워크는 2021년 포항의 대표 기업인 포스코가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기획·제작·설치해서 기부했다. 국내 최초·최대의 체험형 스틸 트랙 조형물로 롤러코스터를 연상하는 디자인으로, 레일 대신 계단으로 올라가 색다른 스릴을 경험할 수 있다. 스페이스 워크는 만들자마자 포항하면 떠오르는 대표 랜드마크로 등극해 도시의 상징성을 높이고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포항 촬영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포항 촬영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항 촬영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항 촬영지.

또 전 세계적인 K-문화 열풍 속에 국내 드라마 촬영지가 신흥 관광지로 부상하며 해외팬들의 발길을 이끄는 가운데 한류 관광의 중심지로 포항이 뜨고 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갯마을 차차차', '나의 완벽한 비서' 등을 통해 드라마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언제 어느 나라에서 인기를 끌지 예측할 수 없어 성수기나 비성수기의 경계가 없다. 그만큼 관광 자원으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이 강점이다. 실제로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 중에는 드라마 촬영지를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큰몫을 차지하고 있다. K-드라마가 지역 관광을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드라마 성공 여부에 따라 성과 편차가 크다 보니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억대 예산을 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랐다. 그러나 연이은 드라마의 흥행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고, 반대하던 이들도 점차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포항시도 드라마 촬영지를 지역의 주요 관광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광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청 윤천수 관광산업과장은 "드라마 한 편에 따른 경제 효과는 단기간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나타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영 직후 촬영지를 찾는 팬들이 몰려들고, 이들이 시장에 들러 지역 특산품을 사거나 인근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며 소비를 이어간다"라며 "숙박까지 하게 되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지역 내 소비는 더욱 늘어나 지속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콘텐츠 하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을 두고 누적되는 장기적인 투자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취재단이 포항시청 이상현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장, 윤천수 관광산업과장, 신세영 관쾅마케팅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포항시청 이상현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장, 윤천수 관광산업과장, 신세영 관쾅마케팅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국제 행사·비즈니스 관광 거점 활용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포항시의 인구가 2022년 50만명이 깨지는 등 계속해서 줄어들자 포항시는 체류형 관광업 등 지원산업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에 포항시는 글로벌 관광과 MICE 산업 육성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컨벤션센터는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고 시민 체험·해양관광 프로그램과 조화를 이뤄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기에는 숙박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는 포항에는 3성급 호텔까지만 갖춰져 있고 5성급 호텔은 전무하다. 이에 따라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영일만 관광특구 일대를 2034년까지 체류형 해양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주요 재정사업으로 환호공원 해양예술거점 조성, 복합마리나 구축, 송도 해양문화관광시설 건립, 솔숲·운하 명소화 등이다. 민간투자유치사업으로는 특급호텔과 대관람차, 해양레저지원센터, 옛 포항역 복합개발, 골프장, 리조트, 마리나 등 9개가 핵심 프로젝트다.

포항시 이상현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장은 "동해선 개통에 맞춰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준비를 지속해왔다"라며 "이제 교통망이 갖춰진만큼,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들어설 특급호텔과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잘 연계한다면 포항은 머무르고 즐길 수 있는 명실상부한 해양관광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신섬미 기자·사진= 조나령 PD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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