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대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생명의 근원인 물(H2O)은 수소와 산소로 구성된다. 우리가 어릴 적 과학 시간에 배운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탄소배출 없이도 수소생산이 가능하다. 원소들 중 최초로 만들어진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이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과제가 됐다. 산업수도로 성장해 온 울산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탄소중립 실현의 해답을 수소에서 찾고 있다.

  산업수도로서 쌓아온 생산기반과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앞서 수소산업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했고, 수소생산과 수소배관망, 인구 대비 수소차 보급률 전국 1위로 수소경제의 선도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수소선박, 수소지게차, 이동식 충전소 등을 실증하여 수소 모빌리티 산업의 안전성과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5년부터는 '암모니아 벙커링 규제자유특구'에서 '트럭-투-쉽(Truck to Ship)' 방식의 벙커링 실증이 시작되고 선박용 청정연료 전환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작년 준공된 '수소 시범도시 사업'의 핵심인 '수소아파트'는 주거단지에 연료전지를 직접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모델이다. 북구 양정동과 태화강역 일원에 약 10㎞의 수소배관망과 통합운영관리센터를 구축하고, 주거·상업·공공시설에 수소연료전지를 보급했다. 2025년부터는 수소도시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내연기관 엔진과 변속기 생산 설비를 허물고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생산을 위한 신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수소연료전지는 2028년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울산의 수소산업은 이제 청정수소 생산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산되고 활용된 대부분의 수소는 그레이(Gray) 수소이다.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열을 가해 추출한 개질수소로 분류된다.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돼 친환경성에 한계가 있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경우 블루(Blue) 수소라고 한다. 

  청정수소는 생산 과정에서부터 탄소 배출이 없거나 극히 적은 수소로 궁극의 에너지원이다. 국제사회가 청정수소의 생산과 이용에 역량을 집중하고 연관 기술 개발을 주력하는 이유이다.

  울산항 일대에서는 청정수소 물류허브 조성사업이 본격화된다. LNG·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2030년 이후 연간 300만t 규모의 그린암모니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수입된 그린암모니아는 분해 과정을 거쳐 청정수소로 전환된다.

  울산항 동쪽 52㎞ 외곽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원전 5기에 해당하는 5.8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에퀴노르 등 5개 민간투자사가 울산시 면적 만큼의 규모로 각 발전단지 구역별로 조성 중이다. 바다에 부유체를 띄워 그 위에 발전기를 올리고 바람의 운동에너지로 블레이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시간당 최대 14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풍력발전기 약 400기 정도가 설치될 예정이다. 풍력발전기 1기는 부유체(플랜트), 터빈(발전기), 타워(약 150m), 블레이드(직경 약 230m)로 구성되는 어마어마한 철강소재 수요처이기도 하다. 

  바람으로 생산된 전력은 산업체에 공급될 뿐 아니라, 그린(Green) 수소를 생산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그린수소는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자연에서 얻은 전기를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되는 청정수소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수소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순환형 구조가 완성된다.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자력본부에서는 10㎿급 원전 전력을 활용한 핑크(Pink) 수소 생산 실증사업도 진행 중이다. 원전의 안정적 전력을 이용해 수전해로 분해해 생산되는 핑크수소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이다.

  해상풍력과 원전이 함께 만드는 청정수소는 울산의 새로운 에너지 자립 구조를 상징한다. 특히 울산의 해상풍력 발전을 통한 수소생산 모델이 경주, 포항 등 해안 도시들로 확산된다면 국가 RE100 달성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울산은 수소를 매개로 산업과 도시를 움직이고, 시민이 함께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바다의 바람으로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로 AI산업을 키우며,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도시, 글로벌 청정에너지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안승대 울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