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누계 1,000만 대 돌파(1999년 5월12일)를 기념해 지난 2007년 제정된 '울산 자동차의 날'이 올해로 어느덧 20회를 맞았다. 대한민국 산업 수도 울산에 있어 자동차는 단순한 제조 품목을 넘어 도시의 명맥을 지탱해 온 심장과도 같다. 그러나 오늘날 울산 자동차 산업이 마주한 현실은 '전례 없는 거대한 파도'라 부를 만큼 엄중하다. 어제 기념식 현장에서 울산시와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여 인공지능(AI)과 미래차 전환 전략을 논의한 것은, 지금이 바로 울산의 향후 100년을 결정지을 운명의 분기점이라는 위기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기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로 진입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인공지능 전환(AX)'과 '피지컬 AI'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가전이자 AI 기반의 거대한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울산이 과거 '내연기관의 영광'에 안주한다면, 한순간에 글로벌 공급망의 변두리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외적인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각국은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터리와 반도체 수급의 불확실성은 상수가 되었고, 환경 규제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러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울산이 기존의 완성차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EV)·수소차·자율주행차는 물론, 도심항공교통(UAM)까지 아우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선도도시'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해야 한다.

   가장 시급하고 막중한 과제는 지역 부품 산업 생태계의 연착륙이다. 내연기관 부품에 주력해 온 중소·중견 기업들이 미래차 부품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울산 경제의 허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와 협력사 간의 기술 공유, AI 제조 혁신을 위한 R&D 지원,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지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의 위기감 해소도 중요하다. 울산의 기업인과 근로자, 지자체가 '모빌리티' 혁신을 향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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