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금속 값이 폭등하면서 이를 노린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인적이 드문 곳의 전선이나 교량 동판을 훔치던 생계형·전문형 범죄가 이제는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아파트 소방 시설물로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의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절도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

 어제 울산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남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옥내소화전 관창 75개가 통째로 사라진 데 이어 무거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도 20개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화전 호스 끝에 연결해 물줄기를 조절하는 '관창'은 화재 초기 진압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다. 범인들은 과거에 설치된 구형 관창이 구리나 황동 소재로 만들어져 고물상 등에서 비싸게 거래된다는 점을 노렸다.

 돈 몇 푼을 벌겠다고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삼는 이같은 행위는 사실상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미수나 다름없다. 소화전의 핵심 부품이 사라진 것을 모른 채 화재가 발생한다면, 초기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쳐 아파트 등 밀집 주거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금속 절도 범죄의 대담성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앞서 북구 상방교 등 울산 관내 교량에 부착된 동판들이 뜯겨나간 사실이 확인되었고, 한전 협력업체 출신의 배전공이 수 킬로미터의 전신주 전선을 끊어가다 적발되기도 했다. 구리 가격 상승 소식에 자극받은 모방 범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경찰은 시민들의 안전을 해치는 절도범에 대한 단속강화와 함께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더불어, 훔친 금속류를 사들이는 고물상 등 장물 유통 경로를 철저히 추적해 불법 거래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 매입 업주들 역시 출처가 불분명한 금속류 거래를 엄격히 거부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수적이다. 소화전 관창 절도는 평소 눈여겨보지 않으면 도난 사실조차 모른 채 방치되기 쉽다. 내 집 앞 소방시설이 온전한지 수시로 확인하고, 수상한 행동을 목격할 경우 즉시 112에 신고하는 등 지역 사회 전체가 '안전 파수꾼'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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