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개운초 교사
김은진 개운초 교사

“엄마, 올해 진짜 수학여행 못 가?”

  작년에 6학년이었던 아들은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수학여행 가면 친구들과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 거라며 고대하던 아들에게 엄마이자 교사인 나는 수학여행을 가지 못할 거라는 현실을 알려주어야 했다. 2022년 강원도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안전사고와 그에 따른 2025년 2월의 1심 판결 때문이었다.

  사건의 요지는 참담하다. 체험학습 주차장에서 이동하던 중 신발 끈을 묶느라 뒤처졌던 한 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했고, 당시 아이들을 인솔하며 앞장서 걷던 담임교사는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교사는 당연퇴직으로 교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판결문은 교사가 아이들을 줄 세워 이동하는 18~30m 구간 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점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1심 판결 이후 전국의 학교는 현장체험학습을 줄줄이 취소하고 다른 대체활동으로 교육과정을 변경했다.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나면 결국 범죄자가 되어 교단을 떠날 수 있다’는 위협 앞에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장학습 거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2심 판결에 있었다. 그러나 2025년 11월에 이어진 2심 판결에서도 인솔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비록 금고 6월의 선고 유예로 해당 교사는 교단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유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전국의 교사는 현재의 면책 조항이 여전히 모호하며 교사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원래 학교에서는 현장학습을 가기 전에 사전답사를 통해 해당 장소에 위험 요소는 없는지 미리 점검하고 안전 계획을 세운다. 현장학습 당일의 이동과 체험활동 중에도 계속 아이들의 안전을 살핀다. 해당 사건의 인솔 교사도 이러한 의무를 여느 교사들처럼 이행했음에도 사고가 일어났다. 2심의 선고 유예는 ’인솔 교사의 죄는 인정되지만 이번 한 번만 형 선고를 보류해 주겠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을 위해 일하다 안전사고가 나자 죄인이 된 교사. 해마다 당연하게 아이들을 위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해왔던 수많은 교사들은 다만 운이 좋아 죄인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현장체험학습은 계획과 실행, 사후 보고까지 업무의 연속이고, 외부활동이다 보니 안전사고의 위험이 학교 내부활동 보다 높다. 게다가 학부모의 민원도 다양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해마다 묵묵히 아이들을 위해 그 일을 해왔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음에도 모호한 면책 조항으로 인해 죄인이 되어 억울하게 교직을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교사들로 하여금 이제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거부하게 만들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은 타당한가, 교사의 교육권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망은 유효한가?

  25년 11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장, 교직원 및 보조 인력은 교육부가 마련한 안전사고 관리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하여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가 학교안전 관리지침에서 한치라도 어긋나게 조치했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에 현장에서는 교원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면책 요건과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우려한다.

  구더기 무서워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못하는 현상을 돌려놓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안전 수칙을 준수했음에도 교사의 고의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 민·형사적 책임을 면제하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 교육 활동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 개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현장체험학습은 계속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둘째, 교육부는 ‘책임 전가용 매뉴얼’이 아닌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실질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안전 체크리스트 몇 줄 추가하는 것은 사고 발생 시 교육 당국의 면피 수단이 될 뿐이다.

  셋째, 사법부는 판결이 교육 현장에 미칠 파급력을 헤아려야 한다. 법리가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간과하여 적용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사법부가 인지하기를 바란다.

  지난 1, 2심 판결에 따른 교육현장에서의 현장체험학습 위축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독을 없앨 수는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장은 다시 술렁이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이 법적보호 아래 다시 학교 현장에 정착할 것인지,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인지는 교육활동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적 안전망 구축과 교육활동을 보호하려는 우리 사회의 의지에 달려있다. 김은진 개운초 교사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