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지성의 영원한 보고(寶庫)라 자부심을 갖던 반상(盤上)의 전장(戰場)에서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AI 바둑인 알파고가 당대 세계 최고의 기사(棋士)인 이세돌과 격돌했다(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4승 1패로 승리하자, 전 세계가 놀라고 충격에 빠졌다. 알파고의 승리는 격동하는 AI 시대가 다가옴을 예고하는 서장(序章)이었다.
작금의 AI 기술은 단순한 ‘채팅’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물리적 세계와 연결하면서 급격히 진화되고 있다.
ChatGPT나 Gemini처럼 에세이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Generative) AI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목표를 실행하는 디지털 비서인 에이전트 AI(Agentic AI)로 진화했다.
디지털 세상에 갇혀있던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의 지능이 ‘몸’을 얻어, 현실 공간에서 상자를 옮기고 부품을 조립하는 등, 현장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피지컬(Physcial)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한마디로 피지컬 AI는 생성형 AI 두뇌를 가진 에이전트가 로봇이라는 ‘몸’을 입어 센서로 세상을 감지해, 액추에이터로 주어진 일을 물리적 동작으로 수행하는 AI이다.
AI 성능은 메모리 반도체의 속도와 데이터 전송 통로인 대역폭(bandwidth)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AI 데이터 센터에 소모되는 엄청난 전력량을 감안해 고성능이면서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AI 메모리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일반 D램보다 공정이 복잡한 최첨단 기술이면서 생산 소요 기간도 3~5배 더 길다. HBM 글로벌 시장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다.
AI 산업 시대에서 ‘AI 공장’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AI 데이터 센터 운영에 24시간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AI 시대엔 양질(良質)의 전기는 알파요 오메가다.
1973년에 시작된 220V 승압 사업(2005년에 완료)은 ‘옴의 법칙’에 따라 전력손실이 110V보다 약 4배 적을 뿐 아니라, 저항 열 감소로 인해 AI 데이터 센터 냉각에 드는 전력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송배전 효율을 높이는 승압 사업의 이론적 설계자인 이승원 교수가 제안한 유럽식 220V 승압 프로젝트를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여, 많은 비판과 반대를 물리치고 승인했다. AI 산업 시대를 대비한 ‘에너지 혁명’을 이룬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은 전기 학계에서 길이 빛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김재익과 오명이 추진한 단군 이래 최대 연구 프로젝트인 전전자교환기(全電子交換機) TDX(Time Division Exchange)의 국산화 개발을, 세계에서 10번째로 성공하게 만들었다. 당시의 전화 시스템은 교환원이 전화선을 연결해 주는 수동 시스템이었다.
천문학적 예산편성에 정부 부처의 극심한 반대에도 전두환 대통령은 최고 통수권자로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을 다했다. 1982년에 본격적으로 추진해 1986년에 완성된 TDX 국산화 성공(TDX-1)은, 고질적인 전화 적체 해소를 일거에 해결하면서 1가구 1전화 시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TDX 국산화라는 정보통신(ICT) 혁명은 한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됐고, AI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
IMF란 국가적 재난 속에서 기획된 김대중 대통령의 초고속 인터넷망(broadband)이란 인프라 구축은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독자적인 생태계(Sovereign AI)를 갖게 한 쾌거였다. 전국에 깔아놓은 광케이블과 초고속 인터넷망은 효율적인 초거대 AI 데이터 센터 운영의 반석이 됐다.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은 AI 산업의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데이터 생태계를 만듦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기술 주권을 갖게 한 원동력이 됐다.
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철학이 담긴 반도체 투자를 내외에 공식 선언한 ‘도쿄선언’으로 한국은 AI 가치사슬의 중심인 ‘메모리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국제적 냉소와 조롱을 받은 경박단소(輕薄短小)한 반도체의 선제 투자는, 한국의 반도체가 글로벌 AI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이 됐다.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前 대통령과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先見之明)과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