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울주경찰서 온산파출소 1팀 순경
김주성 울주경찰서 온산파출소 1팀 순경

  ‘보이스피싱’ ‘스미싱’ 같은 피싱 범죄 수법이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과거의 피싱이 어눌한 말투로 사기를 치던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피싱 범죄는 치밀한 각본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판단력을 완전히 흐리게 만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설마 내가 이런 것에 당하겠어?”라며 자신하지만, 범죄자들은 바로 그 방심의 틈새를 파고든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경찰청,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부처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 범정부 TF’를 가동 중이다. 대포폰 개통 제한, 악성 앱 실시간 차단 기술 도입, 국제 공조 수사 강화 등 범죄의 진입 장벽 자체를 높이는 전방위적인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제도적 차단 장치가 범죄 피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면,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며 피해를 막아내는 것은 일선 경찰관들의 몫이다.

  범정부적 대응 기조에 발맞춰 울산경찰청이 거둔 예방 성과 역시 주목할 만하다. 울산경찰청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관련 성과 평가에서 ‘예방건수 및 예방금액 전국 최다’를 달성하며 ‘25년 최우수 시·도경찰청’으로 선정됐다. 특히 금융기관과의 유기적인 핫라인을 통해 고액 현금 인출 시 즉각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는 ‘고액 인출 신고체제’를 정착시킨 결과, 울산 지역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기존 298.7억원에서 133.9억원으로 무려 45%(164.8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에 더해 ‘악성 앱 등 피해자 구제 활동’을 통해 총 32건, 26억원 상당의 자산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빛나는 통계 뒤에는 매 순간 현장에서 시민과 대치하며 땀방울을 흘리는 현장 경찰관들의 ‘예리한 직감’과 ‘끈질긴 설득’이 있다.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울주경찰서 온산파출소 순찰1팀에서 있었던 한 사건은 울산경찰의 예방 시스템과 현장 경찰관의 역할이 어떻게 피해를 막아내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 4월 8일 오후, 온산읍의 한 은행지점으로부터 고액 현금 인출 관련 긴급 112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우리는 창구 앞에서 초조하게 현금 4,000만원을 인출하려는 50대 여성 피해자를 대면하였다. 피해자는 처음에 인출 목적을 묻는 은행 직원에게 “자녀에게 주려고 한다”고 했다가, 출동한 경찰관이 재차 묻자 “거주 중인 집의 인테리어 비용과 관련해 인출하려고 한다”며 말을 바꿨다. 범죄자의 말에 속아 경찰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며, 속으로는 “설마 사기겠어?”라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보통 같았으면 단순한 금융 거래로 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장 경찰관들은 몇 가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피해자는 거액의 공사비를 지급하려 한다고 했지만 관련 계약서나 업체와 주고받은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현금을 인출하는 이유도 계속 달라졌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관들은 피해자와 차분히 대화를 이어갔다. 피싱범의 말만 믿고 있던 피해자를 안심시키며 “요즘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잠시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설명하였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피해자도 결국 휴대폰 확인에 동의했고, 그 결과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접근한 금융기관 사칭 피싱범과의 대화 내역이 발견됐다.

  피싱 범죄임이 확인되자 우리는 현장에서 즉시 은행지점 피싱관련 부서와 연락해 계좌 지급정지 및 출금 차단조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피해자는 대출받은 4,000만원을 피싱범에게 송금하기 직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현장 경찰관들의 적극적인 확인과 설득, 그리고 은행의 신속한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뒤늦게 범죄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우리 역시 피해를 예방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사례는 피싱 범죄 예방이 제도와 시스템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기관과 경찰의 협력 체계, 그리고 현장에서 시민을 직접 만나 위험을 확인하고 설득하는 경찰관들의 역할이 함께할 때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피싱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로 전달된 링크는 열어보지 말고 즉시 삭제해야 한다. 검찰·금융감독원·금융기관 등은 전화나 문자로 현금인출, 대출 상환, 특정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았거나 피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즉시 112에 신고하거나 금융기관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주성 울주경찰서 온산파출소 1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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