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전 울산대 교수
김대식 전 울산대 교수

 축적된 전 세계의 모든 지식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연산하는 인간의 두뇌 같은 수만 개의 GPU가 24시간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AI 데이터 센터는 많은 전기가 필요한 시스템이다. 또한 AI 데이터 센터의 많은 GPU가 가동되면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 운영에 소모되는 전기를 고려하면, AI 데이터 센터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이다.

 미국의 5대 빅테크사(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들이 AI 데이터 센터의 시설투자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대비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의 AI 전략은 기술 경쟁에서 AI 전력 시스템의 자본투자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종목은 SMR(소형모듈원자로), 대형 변압기 및 송배전 전력망 등 K-전력 기술이다. 한국 중화학공업 정책의 유산인 K-전력이 AI 데이터 센터에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안정적이고 거대한 전력 솔루션'으로 등장한 것이다.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 센터의 안정적 작동을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승압된 초고압 전력을 데이터 센터가 사용할 수 있는 전압으로 변환해 주는 대형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등 전력기기가 필수적이다.

 AI 데이터 센터 폭증과 함께 미국의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 주기와 맞물린 추세는, 변압기의 효성 중공업과 송배전망의 대한전선 등 K-전력 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호기를 맞고 있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중전기 제조사가 1970년대부터 다져온 변압기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과거의 빅3인 GE, 지멘스 및 ABB를 제치고 글로벌 변압기 시장의 강자로 등장했다

 또한 변압기의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인 특수 전기강판을 포스코에서 생산, 변압기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최고의 초고압 변압기(765kv) 제조 기술과 소재 기술이 융합한 K-변압기는 글로벌 전력 슈퍼사이클의 주역이 되었다.

 북미 지역의 전력 인프라 시장은 대형 변압기와 대량의 전력을 분배할 초고압 교류 송전선(EHV) 및 초고압 직류송전(HVDC) 전선 케이블 수요가 공급보다 초과하는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

 특히 북미 전선 시장은 AI 데이터 센터의 폭발적인 증설과 함께 30~40년 이상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와 맞물려 있다. LS전선 및 대한전선 등 K-전선 업체가 안전적인 포설 및 시공 등 기술 능력으로 지중, 해저 케이블을 포함하여 북미 송배전망 연결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전선 업계는 초고압 전선 및 해저 케이블 전력망의 뼈대를 이루는 전선용 핵심 컴파운드 기술도 국내 석유화학 업체와 동반하고 있다. 전기가 송배전 중에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도체인 구리를 감싸는 가교폴리에틸렌(XLPE)은 내열성과 절연성을 극대화한(400kv 이상) 특수 플라스틱 전선용 소재이다. 오스트리아의 보레알리스, 미국 다우 등 글로벌 화학 대기업이 독점하던 반도전 및 초고압 절연용 등 전선용 컴파운드 소재를 한화 솔루션의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국산화로 국내 전선업계 글로벌 경쟁력에 일조하고 있다.

 AI 시대 총아인 AI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작동하는 핵심 에너지원은 알파요 오메가인 전기이다. 전기는 '모든 만물(산업)의 근원인 만물지원(萬物之源)', 즉 전기가 국력의 기본이라고 이승만 대통령에게 설파한 윤일중 교수의 철학은 이승만 대통령이 원자력원을 설립하는 등 '기술 입국' 씨앗이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선송전, 남선전기, 경성전기 등 3사를 통합, 한전으로 출범시키고 윤일중 교수에게 중책을 맡겨 자립경제를 위한 전력원(電力源) 개발 정책을 밀어붙였다. 세계적인 오일쇼크 속에서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를 건설함으로 '원자력 자립'의 기틀을 닦았다. 원자로, 증기 발생기 등 원전 핵심 장비 제조 및 운전 능력이 세계 1위권인 한국은 글로벌 원전 공급망과 기술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원전 기술 선진국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K-전력기기 및 K-전선이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원동력은 품질 좋은 전기이다. 한국의 고품질 전력망이 정밀한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 센터를 선도하고 있다.

 70여년 전, "전기가 만물의 근원이며 산업을 이끄는 힘"이라 외친 윤일중 교수의 철학을 가감 없이 실행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영도력은 구름이 모이니 단비가 내리는 밀운시우(密雲時雨)란 결실로 AI 시대를 맞았다. 밀운시우는 구름이 잔뜩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는, 즉 준비된 환경에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함을 토로하는 밀운불우(密雲不雨)와 대치된 조어(造語)이다.

 산업화 시대에 구축된 154kv 초고압 전력망 인프라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 발전의 핵심 에너지원이 됐다. 이후 송전 손실률을 극감하는 승압 방법으로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흡수했다. 1976년 송전 전압을 345kv로 승압하고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765kv 송전망을 갖추게 됐다. 국내 고압 변압기 및 초고압 전선 제조 기업이 글로벌 전력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가 된 계기는 765kv 전력망 구축으로 획득한 안전성과 신뢰성 실적 때문이다.

   '전기는 만물지원'이란 철학으로 제조된 K-전력기기, K-전선이 AI 시대라는 황금기를 맞아 단비(時雨)로 쏟아지고 있는 밀운시우(密雲時雨)가 되면서 AI 시대의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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