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 적용안의 윤곽이 나왔다. 영남과 호남을 하나의 ‘남부권’으로 묶어 산업용 요금을 ㎾h당 최대 18원(약 10%) 인하한다는 초안이 최근 공개된 것이다. 이는 원전과 대규모 발전 설비를 떠안고 위험과 환경적 비용을 감내해 온 울산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식 처사이자, 제도의 도입 취지인 ‘국토 균형 발전과 기업 유치’를 견인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력 생산 기여도’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를 기대했던 울산 시민과 산업계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는 그동안 수도권·강원·충청·영남·호남 등 5개 권역으로 세분화하고, 발전원별 단가와 기여도를 요금 원가에 반영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울산은 원전과 LNG 복합화력, 대규모 자가발전 시설을 갖춰 현재도 114%의 전력자립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새울 3·4호기가 전면 가동되면 자립률이 238%까지 치솟는 명실상부한 ‘전력 공급 기지’다. 그럼에도 발전원 구성과 전력 생산 구조가 전혀 다른 영·호남을 일괄적으로 ‘남부권’이라는 단일 권역으로 묶어버림으로써, 울산이 짊어진 사회적·환경적 부담과 막대한 전력 기여도를 고스란히 희석해 버렸다. 이는 정부 초안의 가장 치명적인 맹점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할인 폭의 실효성 또한 의문이다. 수도권 및 충청권과의 인프라·정주 여건 격차를 고려할 때, 10% 수준의 요금 인하는 수도권 집중을 깨고 AI 데이터센터나 첨단 전력 다소비 기업을 울산으로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다. 수도권과 인접한 중부권(강원·충청)이 최대 15원의 할인을 받는 상황에서, ㎾h당 겨우 3원 차이로 기업들이 남부권 이전을 결단할 리 만무하다. ‘차등요금제’라는 간판만 내걸었을 뿐, 기업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파격적인 경제적 유인책이 빠져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본질은 단순히 수도권과의 거리에 따른 ‘지방 우대’를 위한 시혜 정책이 아니다. 전기를 생산하며 발생하는 위험과 비용을 분담한 지역에 정당한 대가를 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돕는 ‘발전 기여 비례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울산을 포함한 영남권을 독립 권역으로 분리하고, 원전 등 발전원별 원가와 전력 생산 기여도, 위험 부담 비용을 요금 체계에 제대로 산정해 할인 폭을 대폭 확대해야 마땅하다. 정부 공청회 과정에서 이 같은 지역 사회의 요구가 반드시 반영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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