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공신력을 방패 삼아 지역 소상공인을 울리는 사칭 사기 범죄가 임계점을 넘었다. 최근 울산소방본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울산에서만 소방기관 사칭 신고가 23건 접수됐고 2건에서 5,650만 원 상당의 실제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공공기관 사칭 범죄는 그 형태를 바꿔가며 여전히 시민들의 안전과 지역 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소방본부가 밝힌 이들의 사칭 범죄 수법은 이전의 어설픈 전화 사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기범들은 소방기관의 공식 로고와 직인이 정교하게 박힌 위조 공문, 가짜 명함, 거래명세서까지 들이민다. 특히 ‘소방시설 법정점검’을 빙자해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특정 업체의 소방용품을 대리구매하라며 거액의 선입금을 가로채는 식이다. 장기 불황 속에서 법적 불이익을 두려워하고 단 한 건의 매출이라도 아쉬운 자영업자의 절박한 심리를 정밀하게 파고든 악질적 범죄다.

문제는 이러한 사칭 범죄가 소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산시청 간부를 사칭한 관용 버스 노쇼 사기, 구청 복지·총무 담당자를 가장한 천막·비품 대량 주문 미끼 사기 등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이름을 도용한 수법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 울산에서는 최근 구청 특정 부서 공무원을 사칭해 싱크대 판매업체에 싱크대 구매를 문의한 뒤, 위조 공문서까지 보내고 식기세척기 대금의 50% 를 선입금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일도 있었다. 공공기관의 권위와 계약 행정의 신뢰도를 악용해 민생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을 파탄 내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사칭 범죄는 시민과 소상공인 개개인의 ‘각별한 주의’만으로는 근절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은 공식 발주·점검 시스템의 검증 절차를 소상공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위조 공문서 식별이 가능한 간편 조회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행정적 방어벽을 높여야 한다.

경찰과 사법당국 역시 사칭 범죄자 검거는 물론 해외에 둥지를 튼 범죄 조직까지 끝까지 추적해 일벌백계하는 강력한 근절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공공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민생을 짓밟는 사칭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지자체와 사법당국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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