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 양면 솜털 가득…겨울나기 거뜬
가을하면 떠오르는 야생화는 단연 국화다. 국화 중에서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이기고, 바위 틈 사이로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바닷가에 핀다고 해서 ‘해국’이다.
자줏빛의 꽃잎을 활짝 피운 ‘해국’을 보면 ‘맑다’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찬 바닷바람을 견디고 나즈막하게 자란 꽃은 보름달처럼 한가득이다.
환한 꽃에 담긴 이야기는 슬프다. 한 바닷가 마을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딸 하나를 두고 오손도손 웃음꽃을 피우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부부는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다. 밥상을 앞에 두고 싸움은 한참동안 이어졌다.
이튿날 해도 뜨기 전 남편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버렸다. 혹여나 전날 싸워 상한 마음에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아내는 마음이 쓰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아내는 어린 딸을 데리고 높은 바위에 올라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녀에게 바다는 무심했다. 큰 파도는 바위 위에 서 있는 모녀를 집어삼켰다.
며칠이 지난 후 남편은 마을로 돌아왔다. 멀리 떨어진 섬마을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파도가 심해 며칠을 머문다는 것이 늦어졌다. 남편은 텅 비어버린 집안에서 아내와 딸을 불렀다. 이웃이 나와 지난 일들을 말해줬다. 남편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아내와 딸을 떠나보내고 꼬박 일년이 지났다. 남편은 아내와 딸이 자신을 기다리던 바위 위에 올랐다. 처음 보는 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는데, 그 꽃 위로 아내와 딸의 얼굴이 비쳤다고 한다.
이 꽃이 ‘해국’이다. 오매불망 남편을 기다린 아내의 마음 때문인지 꽃말도 ‘기다림’이다.
해국은 어린 아이 무릎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작은 키에 오밀조밀하게 난 잎은 도톰하게 앞뒤로 솜털이 가득하다. 따뜻한 털을 뒤집어 쓴 덕분인지 겨울에도 고사하지 않고 남아있다고 한다.
울산은 울주군 간절곶 일대와 동구 대왕암 일대에서 볼 수 있다. 꽃은 11월까지 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