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시디키·옴란씨 

한국 병원 근무 이유로 탈레반 표적

결혼 1주일 만에 한국행 결심 · 실행

7년 공부해 의사 꿈 이뤘지만 포기

언어·문화달라 적응 쉽지 않았지만

주변 많은 도움 … 쌍둥이 임신 경사

 

코히스터니씨 가족

총성 울리지 않는 한국서 안전 실감

아이들 학교 입학 반대해 슬펐지만

이제 모두 잘 적응 소통도 문제없어

장보기·병원 등 웬만한 일 혼자 해결

품어준 울산시·주민 등에 감사 마음 

 

 

  탈레반의 보복 위협을 피해 한국을 찾은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9가구 157명이 울산 동구에 정착한지 1년이 지났다. 시민들과 조금은 불편했을 동거. '다름'을 마주한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UTV가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이들의 울산살이를 도운 봉사자, 사회복지사, 통역사,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기획기사와 인터뷰 영상은 각 4회 연속 보도된다. 편집자주

 

 울산 동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입구에는 방학을 한 아프간 초등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축구공을 가지고 여느 아이들처럼 뛰어 놀고 있었다. 

 취재진이 가까이 다가가자 수줍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왔다. 긴장감을 한 번에 무장해제 시키는 미소였다. 

 이 아파트에는 지난해 2월 현대중공업 취업이 결정돼 동구로 오게 된 아프간 특별기여자 28가구가 모여 살고 있다. 1가구는 그동안 경기도 지역으로 이사했다. 

 150명이 넘는 특별기여자들이 함께 있어서 아프간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는데 대부분 먼저 한국말로 웃으며 인사를 해왔다. 영락없는 우리네 '이웃'의 모습이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시디키·옴란씨 부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시디키·옴란씨 부부.

# "울산시민 걱정 당연 … 이젠 잘 지내"

 이 가운데 결혼 2년차인 신혼부부인 시디키·옴란씨가 있다. 

 부부는 울산에 온 이후부터 한국어와 문화 등을 배워 이제는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통역 없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늘어 있었다.

 남편인 시디키씨는 과거 아프간의 한국 병원에서 통역사로 근무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 

 목숨이 위험하다는 직감을 한 그는 결혼식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부인 옴란씨와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7년간의 공부 끝에 막 의사가 됐지만, 안전이 더 중요했다.

 옴란씨는 "한국행을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편에게 ‘한국 가자’는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yes’라고 답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안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한국 언어, 문화 등이 다른 데다 코로나19가 가장 심할 시기에 들어와 적응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울산으로 올 당시에는 종교와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때문에 동구 시민들의 반대까지 부딪혀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시디키씨는 시민들의 반응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오는 것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처음에는 누구든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아져서 모두 잘 지내고 있다. 전쟁이 없는 한국에서 안전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시디키·옴란씨 부부가 아기 초음파를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시디키·옴란씨 부부가 아기 초음파를 보고 있다.
1년 전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시디키·옴란씨 부부.
1년 전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시디키·옴란씨 부부.

 지난 1년 사이 부부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간절히 바라던 새 생명이 찾아온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임신 소식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했다고. 특히 쌍둥이를 임신해 겹경사를 맞았다. 

 시디키씨는 지난 4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옴란씨와 함께 산부인과를 동행하며 알뜰하게 챙겼다. 

 옴란씨는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에게 엄마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행복했다. 기분이 좋은 남편은 춤까지 췄다. 아프간에 있는 친정엄마에게 연락했더니 축하해주면서 한편으로는 옆에 있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이 미안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 어느 정도 크면 아프간에서 이루지 못했던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한국으로 오기 전 아프간에서 간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했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하자 남편 시디키씨는 "아내가 공부를 시작하면 많이 도와줄 거다"고 답했다.

 지난 울산생활을 돌이켜 보며 시민들의 친절함에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옴란씨는 "병원 위치를 몰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손잡고 병원까지 직접 안내해 주기도 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도움을 많이 줘 고마웠다"고 전했다.

 아직 해소되지 못한 특별기여자에 대한 우려의 인식에 대해 시디키씨는 "처음 울산 시민들 걱정이 많았다.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식을 봤는데 한국과 아프간 아이들이 헤어지기 아쉬워서 울었다. 이제 아이들은 문제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될 거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1년 전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
1년 전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
1년 전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
1년 전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

 

# "아이들과 평화로운 삶 … 매우 행복"

 이어 만난 특별기여자는 남편, 4명의 자녀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코히스터니씨였다.

 인터뷰에는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첫째 딸 마르와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셋째 사미올라, 귀염둥이 막내 힐럴이 함께했다.

 코히스터니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를 떠올리며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고, 기분이 좋았다. 총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떨어야했던 이들은 한국에 오면서 모든 것이 다 안정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취직이 결정되고 157명의 대규모 인원이 동구로 오게 되면서 또 다른 문제점에 맞닥뜨려야했다.

 100여명의 아이들 중 초·중·고등학생 85명을 인근 학교에 배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학교 학부모들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크게 형성된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 28명이 모두 같은 서부초등학교에 배정되자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설 정도로 반대했다.

 학부모들은 사전 상의 없이 이뤄진 결정에 화가 났던 것인데 분노는 특별기여자들에게로도 향했다. 

 코히스터니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횡단보도에서 한국인 엄마를 만났는데, 화가 많이 난 목소리로 ‘가지마세요. 아이들 학교 보내지 마세요. 왜 여기 왔어요?’라고 크게 소리 질렀다. 저도 엄마니까 이해는 했지만 슬퍼서 눈물이 났다. 그때는 ‘왜 우리가 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게 됐을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됐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우려할만한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프간 아이들은 빠르게 한국 학교에 적응했고, 무엇보다 스펀지 같은 흡수력으로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마르와는 학교 생활에 대해 "아프간은 탈레반 때문에 여자들은 학교에 갈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자유롭게 외출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덕분에 이제는 한국 친구들과 소통하는데 큰 문제없다"고 했다.

 서부초에 다니고 있는 사미올라 역시 "한국 친구들과 함께 술래잡기, 숨바꼭질 같은 게임을 하면서 논다. 내가 한국친구들을 많이 좋아한다"고 한국어로 또박또박 답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코히스터니씨 가족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코히스터니씨도 이제는 시장, 병원, 백화점 등 웬만한 곳은 혼자 갈 수 있을 만큼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다.

그는 "한국어 공부를 많이 하고 싶은데 집안일과 육아를 하다 보니 어렵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새벽에 짬을 내 공부하고, 집 안에서 아이들끼리 한국말을 사용하도록 했다. 할 수 있으면 더 많이 공부할 거다"고 열정과 의지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울산시민들에게 "한국 사람들이 아프간의 전쟁과 테러에 대해서 들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탈레반도 아니다. 우리도 피해자다. 울산 시민들이 우리를 받아준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아이들이 학교도 잘 다니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현재 매우 행복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지내고 싶다"고 소망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은 유튜브 울산매일 UTV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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