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권영국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2022년 3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후 1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지속되는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기도 전에 또 다른 전쟁에 분주하다.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며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는 직격탄을 맞았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및 운용 방식에 경각심이 커졌다. 나아가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는 현재,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생산, 저장, 활용 방안을 찾는데 혈안이다. 경제 주요국은 에너지 공급 사슬의 탄력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거대한 에너지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며, 유럽연합의 Fit for 55 패키지와 REPowerEU 정책, 일본의 GX 정책, 인도의 생산연계인센티브 제도가 대표적이다. 중국 또한 14차 5개년 규획의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에너지 및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73조원 이상의 예산을 동원한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었다. 온실가스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향상, 수소 경제 구축, 그리고 전기차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특히 전기차 확대 관련, 2025년까지 113만 대의 EV가 도로를 달리는 단기적인 목표는 어느덧 현실화가 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고, 아파트와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구축되고 있는 충전소가 이를 대변한다. 

 전기차를 비롯한 탄소중립 전략의 다양한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하는 학문이 있다. 바로 ‘전기화학’ 이다. 청정한 전기가 생산, 저장, 활용되는데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2023 세계에너지전망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에너지 수요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2%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화학 기반의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있다. 2017년에는 7%였던 재생 에너지 발전량(IEA에서는 2022년 기준 9%로 파악)을 2030년까지 21.6%로 확충할 계획이다. 그 중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바로 태양과 풍력발전에 기반한 전기에너지의 생산이다. 태양광 발전은 2021년 17.323GW에서 2030년에는 30.8GW로 설치 용량이 증가할 것이며, 풍력발전도 2021년 1.645GW에서 2030년에는 12GW로 설치 용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생산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된 전기를 바로 소비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전기를 저장 또는 전환하는 기술 또한 필수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전기화학적 에너지 전환 기술은 생산된 전기를 열 등의 다른 형태로 변환하지 않고 전기를 직접 유용 화합물로 전환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생성물의 활용도 용이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수소 기반의 플랫폼 화합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전기 에너지를 전환 또는 저장해 수소 기반의 플랫폼 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미래의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소 생산 기술인 ‘수전해(궁극적으로 해수전해)’, 수소의 저장 기술분야인 ‘이산화탄소(CO2) 전환 연료 생산’과 ‘질소(N2) 또는 질소산화물(NOx) 전환 암모니아 생산’이 대표적이다. 수전해는 그린수소 생산에 핵심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예측되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전력 그리드와 유사하게 수소 그리드 구축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에 수소를 저장하면 탄소를 저감함과 동시에 다양한 고부가가치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어 국가와 기업에서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다. 또한 세계 인구 증가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암모니아 생산 ‘하버-보쉬’ 공정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대체돼야 할 기술로 전기화학 기술을 활용해 질소 또는 질소 산화물에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각각의 기술들은 추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전기화학 기반 청정 에너지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대한민국이 미래 에너지 시대를 주도하길 희망한다.

권영국 유니스트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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