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년간 이어온 지역 전통시장인 울산 남구 야음시장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야음시장이 주상복합 건립 부지에 포함되면서 상인들이 점포를 떠났기 때문인데, 주변에 남은 상인들은 매출부진에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오전 찾은 야음사거리 일대.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들이 통째로 비어있고 점포에는 '철거대상건물' 딱지가 붙혀있다.
이 곳은 지난 1976년 문을 연 야음시장이 한 건설사가 추진하는 주상복합 건립 건축부지에 포함되면서 모든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야음시장과 나란히 전통시장을 지켜온 야음상가시장 일부도 재건축에 함께 포함되면서 골목 한 켠은 텅 빈채 방치돼 있다.
'야음시장'으로 불리는 야음동 815-22일대는 ㈜야음시장과 야음상가시장 등 2곳으로 구분돼 각각 상인회가 구성돼있었다.
이중 ㈜야음시장이 전통시장을 이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야음시장에 대한 전통시장 인정과 상인회 등록을 취소했다.
㈜야음시장은 1976년 개설한 건물형 법인시장으로 한때 120여 점포가 있었지만, 현재 모두 폐업하고 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남구 관계자는 "전통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50개 점포 이상 되어야 하는데 인정기준에 미달된다"며 "상인회에서도 상가 영업종료 인한 전통시장 인정 취소에 이견이 없다고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야음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모든 점포가 영업을 종료하고 법인이 해산됐다.
㈜야음시장 상인회 김명근 씨는 "70년대 당시에 야음시장은 농축수산물 지역 유통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지만 이젠 그 기능을 다했다"며 "전통시장을 이어가기에 시설이 많이 낙후됐고 이 일대가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음시장은 결국 울산에서 재개발로 인해 전통시장을 포기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야음시장과 점포를 나란히 두고 있는 야음상가시장 내부는 빈 점포를 마주 보고 영업을 이어가야 하는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30여 년 넘게 야음상가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한 김영숙(70)씨는 "다같이 장사를 할 때는 대로변 버스정류장에서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잇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길을 막아뒀다"며 "밖에서 보기엔 시장 전체가 문 닫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언제 철거가 될지 모르는 빈 점포에는 노숙자들과 비행청소년들이 들락거려 상인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었다.
야음상가시장 상인회장 길필종 씨는 "아침에 출근하면 빈 점포에서 하루 묵은 듯한 노숙자들이 밖으로 나온다"며 "종종 절도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상인들의 안전을 생각해 펜스를 쳐 외부인이 들어가지못하게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2020년에는 정부의 특성화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지원이 끊어졌다"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들만 노력하면 뭐하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구는 야음시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남구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시장과 주거지가 함께 형성될 수 있는 복합용도로 시장의 기능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지하 6층 지상 43층 3개의 동이 들어서는데 특정 층에 시장상인이 들어오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터로 남겨진 빈 점포에는 우범지대 전락을 대비해 외부인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사업주체인 민간사업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