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인철 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방인철 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로 연일 기사가 뜨거운 가운데, 원자력 에너지의 단점으로 안전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관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이슈는 원자력이 진흥을 꾀할 때마다 반대논리로 등판하고 있다.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사고는 탈원전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걱정을 세계 원자력 공동체가 소형모듈원전과 AI, 디지털 혁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답을 제시한다 할지라도, 탈탄소가 아닌 탈원전만 한 국가가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걱정이 되는 것은 왜 일까? 원전을 운영 중인 국가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인적자원으로 보다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탈원전 국가에서 과연 사용후 핵연료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기술이 유지되거나 인적자원이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수 있다고 보자. 가동 중인 원전이 사고가 나는 경우는 후쿠시마와 같이 전력의 상실이 매우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용후핵연료 역시 수영장 형태의 수조의 습식저장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전력의 상실이 매우 큰 요인이 될 것임은 뻔하다. 그럼 공기냉각의 건식저장은 어떠한가. 습식저장을 하듯이 전력을 요구하지 않기에 전력에 의한 큰 요인은 빠지게 될 것이다. 

 건식저장이 탈원전을 했든 안했든 후쿠시마와 같은 전력상실에 의한 핵연료봉이 녹아내려 그 안의 방사성물질이 빠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인 테러, 미사일, 혜성, 운석 충돌 같은 상상하기 자유로운 소설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TMI, 체르노빌, 후쿠시마로 이어져 온 사건들은 서방 세계 원전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고로 여겨지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와는 멀어져 보이는 건 분명하다. 

 원자력으로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발생했다고 후세대에 큰 짐을 지우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얘기하더라도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이 건설되기 전 건식저장이 가장 안전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고 원전의 지속적 운영을 통해 기후재앙을 막을 책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원자력을 안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석유파동, 에너지 위기, 국가안보 그리고 엄청난 석탄 연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대기오염물질, 기후변화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이 우리부터 존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과학기술 대안 없는 허울 좋은 정의롭기만 한 주장은 우리 후세대에 진정한 독일지도 모른다.

 챗GPT 개발 회사인 오픈 AI의 CEO 샘올트만이 투자한 오클로라는 원자력 start-up은 골프공 하나를 보여주는 단순한 이미지 하나로 회사의 존재감을 홍보한다. 그 이유는, 이 공 하나의 크기가 1.68인치(42.67㎜), 무게는 1.62온스 (45.93g)인데, 이 하나가 한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충당 할 수 있는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우라늄 덩어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원자력과 함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동일한 에너지를 얻으려면 3,200t의 석탄과 성체코끼리 800마리, 질량으로 1만1,00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우라늄보다 1만1,000t이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양이다. 화장실 없는 집이라고 놀려대지만 매연만 가득한 화장실만 있는 집에 살 수 있을까? 물론 화석연료를 없애지 못하는 현실의 탈원전을 의미한다.  

 우리인구가 5,000만이면 5,000만개, 울산이 약 110만개. 그 자리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작은 크기로 생활을 윤택하고 지속발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멸종으로 이끄는 기후재앙이 아닌 사용후핵연료와 씨름하는 것이 한편 다행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과학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다고, 정의감이 없다고 무시될 수 있는 것인지 2050년에야 깨우칠 수 있는 일인지 늦은 밤, 새울 원전으로부터 오는 전기로 선풍기를 돌리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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