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빨래,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을 비롯해 온갖 심부름을 해줄 수 있는 로봇을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봤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현실이 돼 실제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오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의 ‘피규어AI(Figure 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개된 이후 로봇가사도우미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두 발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노동자가 올해 처음으로 인력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디지트(Digit)’는 키 175㎝, 몸무게 65㎏으로 현재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 취업을 준비 중이다.
미국 전기전자공학회가 발행하는 기술 매체 ‘아이트러플이 스펙트럼(IEEEE Spectrum)’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7개 이상의 업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금년 내 시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대로라면 2024년은 휴머노이드 로봇 노동자 시대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5월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가 1만 6,000 달러(9만9,000위안)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출시하며 전 세계 로봇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업계 상용제품 중에서 가장 먼저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규어 02’ 가격(13만달러)의 1/10 수준이며, 작년 테슬라(Tesla)가 제시한 2만달러의 옵티머스(Optimus) 예상가를 견제해 책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중국이 미국과의 로봇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낮은 가격에 시장을 공략했다는 분석이다. ‘G1’은 키 127㎝, 몸무게 35㎏으로 43개의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팔과 다리를 접어 휴대가 가능한데, 이러한 점들을 볼 때 유니트리가 제시한 가격이 실로 파격적이다.
이보다 앞서 유니트리는 작년 8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보행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 ‘H1’을 선보였다. 180㎝에 47㎏인 ‘H1’은 3D LiDAR를 탑재해 고정밀 공간 데이터로 파노라마 스캐닝이 가능하며, 초속 3.3m의 빠른 보행을 자랑한다.
중국 화웨이 천재소년으로 불리는 ‘펑즈후이’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테슬라 옵티머스와 견줄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지봇(Agibot)의 위안정 A2는 바늘에 실을 꿰는 정교한 수행이 가능하며, 시속 7㎞의 보행과 최대 80㎏의 하중을 견딘다.
올해 10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300대의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쥐션즈넝(具身智能), 아스트리봇(Astribot), 유비테크(UBTech), 푸리에(Fourier) 등 중국 로봇개발 업체가 속속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며 금년 또는 내년에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로봇굴기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10년간 로봇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는 2022년 167억8,000만달러로, 2030년에는 410억2,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by Fortune Business Insights)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공장에 배치된 전 세계 로봇 수는 2022년 55만3,052대로, 이중 중국이 9년 연속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를 나타내는 로봇밀도는 2015년 25위에서 현재 5위까지 올랐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시장규모는 올해 27억6,000만위안에서 2029년 750억 위안으로 전망되며 전 세계 약 33%의 비중을 보일 것으로 예상(by 휴머노이드산업연구보고서)되면서 세계 최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현재까지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각 지방정부 역시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면서 로봇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발전 지도의견’을 발표하고, 2025년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2027년 종합 실력 선진국 수준 도달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은 정책적 지원과 기업 혁신을 통해 빠르게 성장 중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제품들은 글로벌 로봇산업의 판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중 양국의 주요 로봇기업들은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기술력 부분에서는 여전히 미국을 비롯해 여타 선진국에 뒤쳐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범용제품·상용화라는 요소를 고려해 볼 때 수용 가능한 가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저성장 기조,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로봇밀도 1위 국가이다. 더욱이 울산은 국내에서 산업용 로봇을 최초로 도입한 지역으로, 국가 산업경쟁력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오늘날 울산이 전통 제조업에서 벗어나 고도화된 제조 혁신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만큼, 글로벌 로봇산업의 흐름 속에서 제조 혁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미래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은영 국제지역학 박사 울산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