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등으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 SF소설 대세인 김초엽 작가(31)가 울산을 찾았다.
김 작가는 울산 출신으로, 울산 문화도시 캐릭터(해몽, 고요, 모래) 창작 작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지난 21~24일 열린 '2024울산문화박람회'에 함께했다. 지난 22일 김초엽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울산 문화도시 '해몽' 캐릭터 작업
"울산이 고래를 사랑하고 존중하면 진정한 '고래도시'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담아 '해몽'과 친구들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김초엽 작가는 이번 울산 문화도시 캐릭터 작업의 의미를 이같이 얘기했다.
캐릭터 창작 작업의 시작은 울산의 이야기를 담은 「바다로 가는 꿈」 스토리텔링이었다.
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 해양 생태조사를 하는 로봇 돌고래인 주인공 '해몽', 주인공의 친한 친구인 돌고래 '모래',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고래 '고요'이다. 이번 작업은 일반적인 캐릭터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출신 작가와 협업을 통해 울산의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끌었고, 이번 울산문화박람회에서는 대형 모형으로 등장해 포토존으로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다시 찾은 울산, 아름다움에 눈떠
김 작가는 울산에서 고등학교(학성여고)를 졸업한 후 대학(포항공대) 진학과 동시에 울산을 떠났다. 어릴 적부터 울산이 노잼도시라 생각해 열심히 공부해 서울로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늘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울산은 너무나 변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태화강국가정원을 거닐고, 장생포 아트스테이에 초청돼 입주작가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울산의 아름다움에 다시금 눈을 떴다.
문화도시 캐릭터 작업을 제안받고, '고래'로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확정했을 때 든 생각은 (울산이 고향인 주위 친구들과 마찬가지로)울산 출신이어서 바다에 감흥이 없다는 것과 고래에도 별로 감흥이 없다는 것이었다.
창작 작업을 하면서 무엇보다 울산에 사니까, 울산 출신이니 울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울산에 대해 잘 모르거나 내가 울산에 살았지만 울산에 대해 아직 어떻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지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다.

#울산 고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고래 관련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며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했다. 울산의 고래 역사에 대한 자료를 찾는 일들이 즐거웠고, 캐릭터가 어떻게 구현될지 기다리며 기대도 됐다.
고래 관련 책을 쌓아놓고 보니 없던 자부심도 생겼는데, 해외 작가들의 책을 보면 꼭 울산 얘기, 반구대 암각화 얘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울산 고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한 '바다로 가는 꿈'이다.
김 작가는 "이 작품은 저처럼 울산에 살았지만 울산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한 이들이나, 울산에 사는 아직 어린 친구들에게 울산에 이런 이야기가 있고, 또 미래로 더 새로운 얘기를 써 나갈 수 있다고 제안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용돈 모아 성남동에 놀러 갔던 기억
1993년생인 김초엽 작가는 울산에서 태어나 함월초, 울산동여중, 학성여고를 거쳐 포항공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 등이 있으며, 함께 지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있고, 여러 협업에도 참여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아버지는 울산에서 오카리나 연주로 잘 알려진 음악인 김 천 씨고, 어머니는 북구문학회에서 활동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김영해 씨다.
김 작가는 청소년 시절 친구들과 용돈 모아서 성남동에 놀러 갔던 기억, 작가 데뷔 이후에 성남동에 있는 창작실에서 1년 정도 일했던 추억도 이야기했다.
울산문화박람회 기간 열린 저자사인회에서 100명 선착순 사전 예약이 금방 마감이 될 정도로 울산 팬들이 많다.
그는 "울산 독자들을 만나면 더 반갑고, '캐빈방정식'을 특히 좋아해 주셔서 기쁘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태국 치앙마이에서 집필 작업 중이다. 내년에 소설집을, 2026년에 장편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