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외솔교 인근에 위치한 무허가 폐기물 적치장
울산 중구 외솔교 인근에 위치한 무허가 폐기물 적치장
 

울산지역에서 쏟아지는 각종 생활 폐기물이 합법을 가장한 채 대책 없이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4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대형 폐기물을 대행없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지만 실상은 적법절차 없는 임의처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지역의 경우 생활폐기물은 가구나 사무용기자재 등 '대형폐기물'과 건설·공사장에서 나오는 '공사장폐기물'로 구분되는데 이들 폐기물을 파쇄 또는 분류할 수 있는 적치장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 폐기물은 기초단체가 지정한 대행업체가 처리해 왔지만 실제로는 이들 업체에서 허가도 없이 적치장을 만들어 처리해 왔다. 문제는 정작 이를 관리·감독을 해야 할 지자체에서는알면서도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주군을 제외한 울산 중구·남구·동구·북구 4개 구에는 대형폐기물과 공사장폐기물 등을 파쇄 또는 분류할 수 있는 적치장이 없는 상태다.

대형폐기물에 해당하는 가구, 사무용기자재 등은 보통 기존 형태를 유지한 채 버려지는데, 목재·플라스틱·고철·유리 등 다양한 자재로 이뤄져 있다 보니 재활용·소각·매립 등을 하기 전 파쇄 후 자재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 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매립 시 효율을 높이고, 소각 시 소각로 투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도 이 과정이 필요하다.

공사장폐기물의 경우 특수마대에 담기기 때문에 별도의 파쇄나 분류 작업이 요구되진 않지만,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적치함이 크고 내용물을 쏟아낼 수 있는 대형 암롤트럭으로 폐기물을 옮기는 작업이 선행된다.

아울러 작업량이 많아 수거 작업이 지연되거나 재활용센터, 매립장, 소각장 운영 시간이 종료되는 등 당일 폐기물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이를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려면 폐기물을 적치하고 선별할 수 있는 일종의 '적치장'이 필요하다.

폐기물관리법에는 '폐기물의 종류와 성질ㆍ상태별로 재활용 가능성 여부, 가연·불연성 여부 등을 구분해 수집ㆍ운반ㆍ보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경부 지침은 더 구체적으로 지자체가 집하장 또는 공공선별장 마련하거나, 어려울 경우 대행업체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임시보관장소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지침에 근거한다면 적치장이 없는 울산 4개 지자체는 대행업체로부터 임시보관장소 운영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관련 허가 신청은 4개 지자체 모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철 집게가 초록색 특수마대에 실린 공사장폐기물을 집어 암롤트럭에 싣고 있다.
고철 집게가 초록색 특수마대에 실린 공사장폐기물을 집어 암롤트럭에 싣고 있다.

그렇다면 대행업체들은 그동안 적치장 없이 작업을 해왔을까. 업계 관계자와 환경미화원들은 지역마다 업체가 운영하는 '무허가' 적치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구청 소속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A사는 외솔교 인근에 허가 받지 않은 폐기물 적치장을 만들고 수십년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경·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취재진이 최근 방문했을 때도 각종 가구와 초록색 특수마대를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었고, 거대한 고철 집게가 쉴 새 없이 큰 물건을 부수거나 특수마대를 암롤에 담고 있었다. 부서진 가구에는 인원이 달라붙더니 바닥에 앉아 자재별로 분류 작업을 이어갔다.

게다가 일부 트럭은 동구청 소속의 특정 업체의 이름을 달고 있어 여러 지역 폐기물이 혼입될 우려도 나왔다. A사의 대표는 동구청 소속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B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B사의 트럭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B사 대표의 가족이 운영하며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C사의 이름이 적힌 트럭이 여러 차례 목격된 것.
 

A사가 무허가로 운영 중인 폐기물 적치장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C사의 명패가 달린 대형트럭이 주차돼 있다. C사는 동구청 소속 대행업체 B사 대표의 가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A·B사는 대표가 같다. 이로 인해 중·동구 폐기물이 뒤섞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A사가 무허가로 운영 중인 폐기물 적치장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C사의 명패가 달린 대형트럭이 주차돼 있다. C사는 동구청 소속 대행업체 B사 대표의 가족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A·B사는 대표가 같다. 이로 인해 중·동구 폐기물이 뒤섞일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김인수 전국민주연합 조직국장은 "업체 자율에 맡길 경우 뒷돈을 받고 몰래 타 지역 폐기물을 처리한 뒤 물량을 부풀려서 업무비를 더 받아낼 수도 있다. 이 경우 사실상 탈세는 물론 매립·소각장 운영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만약 몰래 혼입한 폐기물이 그냥 매립하거나 태우면 안되는 특수폐기물일 경우 환경파괴 우려도 크다. 이를 관리·감독 하지 않는 것은 지자체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4개 지자체는 통상적으로 대행업체가 처리해왔던 일이라 답변했지만, 정작 해당 업무에 대한 내용을 과업지시서에 명시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또 적치장의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직영 적치장 조성 또는 대행업체의 임시보관장소 운영에 대해서는 악취 등 각종 민원과 예산 문제로 둘 다 단기간에 해결하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적치장이 악취와 비산먼지 등으로 주민 민원이 많은 시설인 데다, 환경, 건축, 교육 등 여러 분야의 행정 절차에 걸쳐 있다 보니 장소 선정부터 쉽지 않다"며 "현재 운영 중인 적치장이 있다 해도 무허가다 보니 이에 대한 패널티를 먼저 부여해야 하고, 실제 운영 가능한 장소인지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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