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 농구 인프라가 갖춰진 것은 그리 먼 일이 아니다. 송정초~화봉중~무룡고로 이어지는 울산 남자 농구의 엘리트 코스는 그 역사가 30년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울산은 이원대, 박병우가 2012년 KBL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라운드에, 2016년 드래프트에서 전현우, 최성모가 또다시 연이어 1라운더에 뽑히며 후발주자임에도 저력을 뽐냈다. 뒤이어 양준석이 2022년 1라운드 1순위, 문정현이 2023년 1라운드 1순위로 '백투백' 전체 1순위에 뽑히면서 정점을 찍었다.
울산이 농구계의 새로운 토양으로 거듭나면서 따라오는 과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구계의 형제 스타 탄생이 머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수원 KT 소닉붐에서 뛰고 있는 문정현(24) 선수와 고려대학교 농구부의 문유현(21) 선수다. 지난해 나란히 국가대표에 승선한 두 형제는 포지션도, 성격도 다르지만, 끈끈한 유대와 실력을 바탕으로 농구계 스타 형제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두 형제의 이야기를 본지가 취재했다.
△형제가 어떻게 같이 농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정현 : 초등학생 때 친한 친구 무리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교회를 다니고 있었어요. 얘가 어느날 갑자기 교회를 가자는 거예요. 공교롭게도 그날 교회에서 농구교실을 하는 날이었던 거죠. 처음 공을 잡아보고, 튕기고, 슛을 던지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좋더라구요. 특히 공이 들어갔을 때 그물이 철썩하는 모습과 소리에서 엄청한 희열감이 들었어요. 딱 느꼈죠. 이거는 '운명'이다. 그 뒤로는 부모님한테 농구하고 싶다고 빌어서 겨우 허락을 받아냈죠.
-유현 : 저는 형이 농구를 하니까 형 경기가 있을 때면 엄마가 체육관에 늘 데려갔어요.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가기 싫었는데, 엄마가 형 힘 실어주자고 하는 통에 억지로 끌려갔죠. 그런데 계속 보니까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입단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감독님도 재능이 있다고 해서 농구의 길로 빠지게 됐죠.
△송정초, 화봉중, 무룡고, 고려대까지 두 분 다 같은 농구 코스를 거치셨더라구요. 서로 끌고 당겨주면서 영향을 받은 게 좀 있었을까요?
-정현 : 아쉽게도 나이가 3살 차이다 보니까 초·중·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나와도 만날 일이 없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면 유현이가 중학교 3학년인 식이었으니까. 그나마 같이 뛰었던 대학 시절에도 제가 운이 좋게도 국가대표로 차출이 되면서 서로 합을 맞출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도 챙겨주기 보단 오히려 질책하고 엄하게 대한 적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좀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유현 : 경기로 호흡을 맞춰보진 못 했지만, 경기 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형이 워낙 지역에서 유망주로 손꼽히고, 저는 그 동생이니까 주변에서 알아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제가 중학생 때 한 번은 고등학생들이 경기를 보러 왔는데, 문정현 동생 아니냐는 말이 막 들려오는 거예요. 그 부담 탓인지 경기를 망쳤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부담을 어릴 때부터 겪어본 덕에 더 단단해 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형도 농구 선배로써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구요.

△형제가 각각 2022년, 2024년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동시에 국가대표로 뽑혔습니다. 서로가 바라봤을 때 각자 플레이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현 : 유현의 장점은 탁월한 신체적 강인함에다 대학 레벨에서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슛이면 슛, 드리블이면 드리블 못하는 게 별로 없고, 작년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보니까 공을 갖고 플레이 하는 모습에서 MVP를 향한 욕심도 보여서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향샹심·투쟁심 같은 것도 갖춰진 것 같아요. 이렇게만 해주면 프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거라 생각합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약한 멘탈? 조롱하듯이 한두 마디 던졌는데 그렇게 잘 긁힐 수가 없더라구요(웃음).
-유현 : 잘 모르고 하는 소리 같은데, 멘탈은 형보다 제가 더 강해요(웃음). 형의 장점은 농구를 잘 한다? 시야가 넓고 상대의 흐름을 읽는데 능해서 수비할 때 파울로 끊거나 상대의 첫 스텝을 막는 걸 잘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늘 형을 저의 자부심이자 자랑으로 본받으려 노력했어요. 열심히 연습한 결과 서로 같은 대학교, 같은 대회에서 MVP를 따내고 국가대표에도 뽑힌 게 아닐까 싶네요. 형이 불의의 부상으로 이번 국가대표팀에는 합류하지 못 했지만, 다음을 기대하며 실력을 갈고 닦고 기다릴 생각입니다.
△두 분 다 울산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시잖아요. 고향팀이나 혹은 가까운 지역에서 프로생활을 하실 의향은 없을까요?
-정현 : 현대모비스가 워낙 명문팀이고 어릴 때부터 봐왔던 팀이에요. 아직 프로에 온지 얼마 안되서 그런 생각은 안해봤지만, 오퍼가 온다면 생각은 해볼 순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소속팀에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재계약이 우선일 것 같네요. 그렇다고 울산에 정이 없는 건 아니라서, 나중에 저희가 돈을 모아서 울산에 있는 보육원이나 조금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현 : 저는 아직 드래프트를 받지 못해서 고향팀에 뛰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팬분들이 '제2의 양동근'이라고 불러주셔서 양동근 선배님의 플레이를 많이 보고 자랐고, 그분이 프랜차이즈로 계셨던 팀에도 관심이 가는 것도 있습니다. 향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혀서 '형제 1순위'의 역사도 써보고 싶습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