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순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
강혜순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

  중구가 가진 마지막 근대역사자원을 지켜보자는 절박함을 담아 호소한다.

  중구의 원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이자 울산시가 자랑하는 시립미술관과 불과 100여m거리에 불과한 곳에 자리 잡은 삼일회관과 옛 방송통신대학 부지, 그리고 기상대 건물 이야기다. 이들 건물은 재개발, 재건축이란 미명 아래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누구 하나 지켜야 한다며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인 상징성을 품고 소통과 공감의 공간 하나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구도심을 살려보자 쏟아붓는 돈은 밑 빠진 독에 물일 뿐이고, 찾아와 달라는 절박한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울산시립미술관과 바로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제1호 울산유형문화재 동헌과 함께 삼일회관과 구 방통대 부지, 기상대 건물을 모두 잇는 새로운 복합문화예술 공간 창출이 절실하다.

  지금 단순히 전시 기능에만 머물러 있는 시립미술관을 문화와 예술, 교육과 행사 역할까지 확대하기 위해선 새로운 공간이 더해지고 확장돼야 한다.

  바로 그 열쇠가 미술관과 불과 100여m 거리에 떨어진 삼일회관에 있다.

  울산시립미술관과 삼일회관, 구 방송통신대학 학생회관, 옛 기상대 그리고 동헌을 이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면 그 기대효과와 역사적 가치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무궁무진해진다.

  이러한 복합문화공간이 실의에 빠진 구도심을 살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를 일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공간은 그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신도시나 혁신도시를 만들면 기존 구도심에 살던 사람들이 옮겨가며 자연스레 슬럼화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버려진 구도심의 인프라는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다.

  중구 역시 혁신도시가 들어선 이면에 원도심은 슬럼화가 가속화되는 명암을 겪고 있다.

  결국 이러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신도시를 만들어 내는 도시재생과 재건축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 그리고 대응이 마련돼야 한다.

  이익을 앞세운 개발업자가 100억짜리 건물을 지어 팔면 대신 우리는 그 건물 옆에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100평짜리 작은 공원을 만들도록 유도하면 된다. 개발업자가 그 100억짜리 건물 열 채 팔면 그중 일부를 떼어내 1,000평짜리 도서관을 만들고 미술관을 짓도록 요구해야 한다. 결국 개발업자에게 줄 것 주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낸다면 우리는 10년 후 '공공 공간'이라는 새로운 이득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광주광역시에는 전국 자치단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ACC(Asia Culture Center)가 그곳이다. ACC는 5·18 민주항쟁의 상징적 장소이자 근대역사유적인 전라남도 도청 건물과 5·18 민주광장을 그대로 살려 문화와 예술, 교육과 전시, 행사를 모두 한 그릇에 담아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공간이다.

  무엇보다 ACC가 주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공간을 찾는 사람에 따라 그 쓰임새나 활용이 시시각각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새로운 공간이 주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마련된다.

  게다가 근대역사의 상징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살려둔 그 결단 덕분에 시민에게는 자부심이 되고, 찾아온 손님에게는 공감의 정서를 나눌 수 있는 점 역시 높이 평가 받을 만 하다.

  돈 들여 땅 사고 새 건물 짓자는 논리가 아니다. 이미 역사성을 품은 채 그곳에 있는 그 공간을 더해서 활용해 보자는 의미다.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다.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다. 이젠 공간을 재구성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할 때다. 강혜순 울산시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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