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4·6호기 발파 작업 전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지난 6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4·6호기 발파 작업 전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노후 발전소 해체 작업 중 보일러타워가 붕괴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울산 화력발전소 참사와 관련, 원청인 HJ중공업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안전 관리자를 사고 현장에 상주시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500억대 공사의 총괄 책임자인 HJ중공업 소속 관리 인력이 가장 위험한 작업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 감독 의무를 시공사에 떠넘긴 채 방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원청인 HJ중공업은 하청근로자가 작업하는 장소의 위험방지 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 같은법 시행령에는 건설 공사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원청은 소속 안전관리자를 현장에 전담 배치하고 상주시켜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는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 작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 및 통제를 통해 중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 조치다.

HJ중공업이 수주한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해체공사 금액은 523억원으로, 산안법상 50억원 이상~800억원 미만 공사에 해당돼 원청 소속 안전관리자 최소 1명이 현장에 있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셈이다.

공사금액 523억원 중에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5억7,000여만원, 건설기술진흥법상 안전관리비 명목으로 3억2,000여만원 등 총 약 9억원에 달하는 안전 관련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회사가 최소한 안전 관리의 '의무'를 인지하고 비용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고 당시 60m 높이의 타워에 투입돼 구조물의 취약화 작업을 하다 매몰된 인력은 시공사의 작업자들 뿐이었으며, HJ중공업의 현장 소장이나 안전 관리 책임자는 사고 피해 명단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공사의 '핵심' 공정인 해체작업이 진행됐다면, 원청의 안전관리자도 상황을 관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500억원대 공사에서 위험성 평가 최고 등급(12점)이 나온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원청의 안전 관리자가 현장 혹은 인접 구역에서 상시 감독하지 않았다면, 법적 상주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안전관리자가 사고 현장인 5호기가 아닌 4,6호기에 안전관리자가 순찰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

한 관계자는 "원청의 안전 관리자가 가장 위험한 공정인 취약화작업이 진행되는 곳을 외면하고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총괄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명백한 증거이며,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본지가 입수한 공사시방서에도 안전관리에 대해 '작업 각 단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위험 요인과 안전하지 않은 작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발견 즉시 제거해야 한다', '수행될 작업에 대해 명확한 작업 계획서와 위험성평가를 작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HJ중공업은 "안전관리자의 현장 배치 유무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라며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원인 조사 후에 밝힐 수 있는 부분은 밝히겠다"라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와 수사당국은 이 같은 원청의 '현장 부재' 정황을 토대로, HJ 중공업 경영진과 현장 관리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안전마저 지키지 않은 HJ중공업의 무책임이 이번 참사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가 중대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신호를 수차례 줬음에도 붕괴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가 나온 상황에 원청, 즉 HJ중공업의 안전 책임이 크다"라고 말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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