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불안하고 분노하게 했던 2023년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고, 2022년 10월에 발생한 참담한 이태원 참사 사고 및 경북 산불, 강릉 가뭄, 그리고 2026년 대전 공장화재 참사 등의 사고들이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울산에서도 태풍과 지진, 염포부두 석유화학 선박 폭발·화재 등 각종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지진의 여파로 인한 진동이 울산까지 감지됐고 시민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이러한 재해·재난 사고들을 지켜볼 때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에 발생한 지역안전 관련 사건들에서도 재해·재난에 대처하는 지방행정의 달라진 모습을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 지역재난과 안전사고에 책임이 모두 지자체에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관련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구조 및 사후복구에 전념하기는 커녕 책임 회피성 발언과 조치들만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엄청난 재난앞에 여전히 각 부처와 담당자마다 허둥대는 모습만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중앙과 지방의 재난 컨트롤 타워도 안 보이는 동시에 재난 전후에 앞장서서 각 지역 재난 현장을 진두 지휘하는 책임자도 안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중심, 지방주도, 현장중시의 재해·재난 대응체제가 유기적으로 구축되지 못한 결과다.
중앙정부의 지침과 획일적인 매뉴얼에 의존되던 재해·재난 대응체제가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현장에서 대응력을 높이고 주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는 재해·재난상황이 복합적이고 일상적 위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주민생활과 긴밀히 연계된 현장에서의 신속한 맞춤형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5년 상반기에 실시된 재해·재난 훈련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처럼 형식적인 시연에 머무르지 않고, 화재·지진·집중호우 같은 실제적 위험을 가장한 훈련이 이뤄진 바 있다.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 참여해 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함께 대응하는 경험을 쌓는 자리였다. 이를 통해 주민은 수동적 보호의 대상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주체로 자리매김했고, 공무원 또한 실제 위기 대응에 가까운 숙련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24시간 모니터링, 마을 순찰대, 드론 예찰, 무더위 쉼터 등 생활현장에 뿌리내린 대응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모두 주민의 곁에서 작동하고 있다. 더 이상 재해·재난 관리는 언젠가 올 대형사고에 대비하는 일이 아니라, 매일매일 주민의 삶 속 위험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과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잇따른 폭염과 집중호우, 산불 등의 재해·재난들은 중앙정부의 일률적 지침만으로는 지역현장별 지리적이고 기후적인 특수성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위험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지역별로 특화된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재해·재난 관리의 방향은 예방-대응-회복을 연결하는 순환구조를 구축하는데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등과 같은 신기술이 더해지면 마을 단위에서 재해·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재해·재난 관리가 현실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체감하는 재난 안전의식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손을 잡고 위험요인을 조기에 발굴하며, 재해·재난 발생시 곧바로 협력할 수 있는 현장중시, 지방주도의 관리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만이 재해·재난 관리는 특정부처의 업무가 아닌, 주민 삶의 전반을 뒷받침하는 필수 지방 공공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중심의 재해·재난 관리는 주민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울타리이자 지방이 주도하는 새로운 재해·재난 관리의 기본서비스를 제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불확실성과 위험이 상시화된 시대에 주민안전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각기 다른 위험요인을 고려한 대응체제를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돼야 한다.
이는 울산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안전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뿐더러 국가 전체의 재해·재난 대응체계를 정립함으로써 한층 더 안전한 기본사회를 세우는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