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이상 교직에 몸담으며 학생들을 지도해 온 경험 속에서, 오늘날 학교 현장이 과거와는 다른 본질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특히 성장기 학생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채 학교에 맡겨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교사들의 생활지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가치 형성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과거에는 가정이 인성교육의 중심이었다. 기본적인 예절과 규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됐고, 학교는 이를 토대로 지식 교육과 사회성 발달을 담당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으로 인해 가정의 교육적 기능은 점차 약화되었고, 그 공백은 고스란히 학교로 넘어오고 있다. 이제 학교는 지식 전달을 넘어 인성 형성의 핵심 역할까지 동시에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강화되면서 교육의 방향 또한 변화하고 있다. 인권 존중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시대적 가치이지만, 그 적용 과정에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위축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일부 현장에서는 지도 행위가 인권 침해로 오해받거나 문제시되면서 적극적인 훈육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심지어 교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인성교육의 약화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은 반복된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고 하며, 올바른 습관과 실천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자 역시 인간다운 삶의 핵심을 ‘인(仁)’과 ‘예(禮)’에서 찾으며, 타인을 배려하고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것이 올바른 인간의 기본이라고 설파하였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사상가들은 공통적으로 옳고 그름의 기준을 세우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인권교육이 강조되는 과정에서 책임과 의무, 공동체 의식과 같은 인성교육 요소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면서, 학생들의 가치 판단 기준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과 인성은 결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은 균형 잡힌 인간 형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옳고 그름의 가치를 분명히 세울 수 있는 인성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학교와 사회는 학생들에게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학생들에게 책임과 배려, 공동체 의식을 체계적으로 길러줄 수 있는 교육과정이 강화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사하기 생활화를 통해 기본 예절을 체화하고, 청소년 단체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배려심을 기르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선행을 실천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표창함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봉사활동과 체험 중심 프로그램을 확대하여 학생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옳고 그름의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바람직한 인간을 길러내는 데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실천적 덕과 공자의 인과 예의 정신이 오늘날 교육 속에서 되살아날 때, 비로소 옳고 그름의 기준이 바로 서는 인성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권과 인성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교육이 실현될 때, 우리 교육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끄는 토대가 될 것이다.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학성고 진로진학부장·본지 독자권익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