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울산음악창작소장
최영애 울산음악창작소장

 아직 5월이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낮의 온도계는 25도를 훌쩍 넘어서 미리 챙겨 입고 나온 반소매 셔츠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어쩌다 우리는 지구의 몸살을 이토록 외면하고 방관한 채 살아왔을까.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 산 저 산 /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수필가 이양하(李敭河, 1904년~1963년) 선생의 『신록예찬』에서 만난 찬란한 봄의 5월이다.

 그 때 그 시절의 봄이나 5월과는 매우 다른 계절들을 겪으며 보내는 지금의 우리는 가끔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 것은 단순히 나이 탓인가. 2026년의 5월은 유난히 봄보다 여름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이 역시 성급한 우리네 마음을 들켜버린 탓일까.

 나는 울산의 인디 뮤지션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K-culture, K-pop이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지금에도 대한민국 수많은 무명의 인디 뮤지션들은 각자의 생업 현장에서 음악에 대한 목마름을 ‘열정 페이’라는 얄팍한 민낯의 보상에 만족하며 창작과 연주를 하고 있다. 울산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창작의 길과 공연 무대를 지원하는 일이 바로 나의 일상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울산 인디 뮤지션들의 향연(饗宴; synposion)이 바로 ‘음악누리(울산음악창작소의 별칭) 플레이온’이다. 울산 인디 뮤지션들에게 공연의 기회를 주던 사업은 개소 이래 매년 개최됐지만 2025년부터 ‘음악누리 플레이온’이라는 타이틀 아래 정기적인 기획공연으로 열리고 있다.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매일 오로지 울산의 뮤지션들만의 무대로 꾸며지는 ‘2026 음악누리 플레이온’은 울산 인디 뮤지션들의 현주소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해마다 지역축제가 열리면 어느 한 공간, 어느 시간대에는 거의 똑같이 만날 수 있는 ‘버스킹(busking)’ 공연과는 차별화된, 작지만 정식 공연장에서 갖춰진 음향 시스템 지원 아래 자신들만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순간, 그들의 음악에 대한 폭발적 열정이 터지고 만다. 하드락(hard-rock), 헤비메탈(heavy metal), 어쿠스틱(acoustic), 발라드(ballad), 힙합(hip-hop), 재즈(jazz) 등 장르도 다양하고 퍼포먼스 또한 볼 만하다. 이 모두가 라이브(live)로 펼쳐지는 ‘2026 음악누리 플레이온’은 어쩌면 아직은 작지만 울산 인디 뮤직페스티벌의 현장이 아닐까. 울산 뮤지션들이 살아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they are alive).

 지난 2월, 10년 만의 해외여행에서 만난 유럽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한국인’임을 확인하는 순간 몇 안 되는 한국어를 건네며 자신의 K-pop 애창곡을 불러줬다. 괜스레 변변찮은 애국심으로 가슴 벅찬 순간이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K-pop이 온 세상의 모든 음악을 선두에서 이끌어가고 있는 지금, 20~30 혹은 MZ세대라 불리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음악에 매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열정과 관심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자신이 ‘애정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는 입장권 가격에 상관없이 ‘올인’하는 충성심까지 보여주는 게 그들의 팍팍한 일상, 바라보기조차 미안한 청춘들의 삶의 공식인가 싶기도 하다.

 2027년이면 서거 200주년을 맞는 음악의 성인(聖人) 베토벤이 말하기를 "음악은 남자의 가슴으로부터 나와 여자의 눈물을 자아낸다"고 했으며, 역사 이래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위인, 빅토르 위고는 "음악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렇다고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음악은 왜 우리를 즐겁게 하는가’라는 명제에 대해 정확하게 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역사 이래 인간의 삶이 겪었던 희노애락(喜怒哀樂)은 그 어느 예술 장르보다 음악 속에 잘 담겨있다는 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떤 계층의 문화를 가장 빨리 이해하려면 그 시대 그 사람들의 음악을 직접 들어보는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울산의 ‘살아있는’ 음악을 듣고 싶은가? ‘2026 음악누리 플레이온’을 함께 하라! 최영애 울산음악창작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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