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현장에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사람이다. 설비가 갖춰지고 수주가 늘어도 현장을 이끌어갈 사람이 부족하면 공장은 멈춰 선다. 생산가능인구를 포함한 지역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현실은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징후는 조선업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호황으로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용접·도장·취부 등 핵심 공정을 담당할 숙련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력은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울산의 외국인 거주자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산업 현장 내 외국인력의 비중과 역할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들의 인식도 분명하다.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지역 제조업체들은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는 사업장별 고용허용 인원 제한과 체류기간 제한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는 외국인력 쿼터 확대와 장기체류 안정이 꼽혔다. 외국인력이 일시적인 보완재가 아니라, 산업 현장의 생산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상시적 인력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책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외국인력이 현장에서 경험을 안정적으로 축적해 숙련인력으로 거듭나고, 지역 안에서 생활 기반을 갖춰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뒷받침해야 한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외국인력의 근무 연속성이다.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가 최초 입국 후 최대 4년 10개월간 근무할 수 있지만, 그 이후 계속 근무하려면 재입국 고용허가 신청 후 출국-재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숙련이 쌓인 인력이 행정절차로 인해 현장을 비우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그 공백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일수록 부담은 더 크다. 장기간 근무한 외국인력이 계속 근무할 의사가 있다면 현장에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개선해야 한다.
행정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제고해야 한다. 울주군은 온산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수요가 많고, 울산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출입국 행정서비스를 담당하는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중구에 있어 현장 접근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울주군에도 사무소 신설이나, 출장 상담소 운영 등을 통해 보다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력 지원 및 관리 체계를 보다 촘촘하게 정비하고, 행정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 정착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일터와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한국어 교육, 문화·생활정보 안내, 고충 상담 등 실질적인 지원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력의 이탈이 반복되면 숙련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정착 지원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인력의 장기근속을 돕고 산업현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반이 돼야 한다.
산업의 위기는 지표보다 현장에서 먼저 나타난다. 사람이 부족해지고 그 자리를 메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 때, 산업의 기초 체력도 흔들린다. 지금 울산에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기반을 차근히 다지는 일이다. 외국인력을 둘러싼 제도와 인식을 현실에 맞게 설계하는 일도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결국 필요한 인력이 현장에 머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 울산 산업의 경쟁력도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