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무겁고 우울하기만 하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며 스승의 은혜에 감사해야 할 날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의 어깨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울산교사노동조합이 스승의 날을 맞아 어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공교육이 처한 참담한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울산지역 교사 10명 중 6명 이상(67%)이 ‘교직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최근 1년 사이 절반이 훌쩍 넘는 63.5%의 교사가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했다는 사실이다. 교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주된 원인은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이었다. 교사로서의 긍지보다 두려움과 상처가 더 큰 현실 속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교 현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교사들의 43.3%가 학생으로부터, 37.1%가 학부모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10명 중 6명 이상(66.5%)이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의 민원과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담임과 부장교사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를 해결해야 할 교육당국의 시스템이 철저히 불신받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개별학생 분리지원 제도’나 ‘민원응대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교사 절반가량은 본연의 교육활동과 무관한 업무를 맡고 있다고 답해, 땜질식 처방과 과도한 행정업무가 교사들의 탈진을 부추기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교사들이 교단을 버티는 유일한 원동력은 다름 아닌 ‘학생’이었다. 교사들은 가장 큰 보람으로 ‘학생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50.3%)’을 꼽았고, 학생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교단을 지키는 이유라고 답했다.

  스승의 날의 의미가 1년에 단 하루 형식적인 감사 인사를 나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교권이 흔들리면 공교육이 무너지고, 그 막대한 피해는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존중받는 교사가 존중받는 학생을 길러낼 수 있다. 진정한 스승의 날의 의미는 교사들에게 잃어버린 자긍심과 교권을 되찾아주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